'대상포진 백신’ 맞으면 치매 예방까지?

입력 2023.06.13 08:30
백신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후 남은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숨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나타나는 질환으로, 얼핏 보면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조타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특히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추신경계인 뇌도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3만 4505명을 10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연구결과도 있다. 조타 바이러스가 뇌로 침입하면 뇌 속 신경 염증이 항진돼 치매 발병 유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이 많아지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예과 파스칼 겔드세처(Pascal Geldsetzer) 교수 연구팀은 대상포진의 치매 발병 위험 효과를 반대로 확인해 보기 위해,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영국 웨일스 대상포진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1925년부터 1942년 사이에 태어난 29만 6603명에게 진행됐다. 당시 딱 만 80세가 되는 1933년 9월 1일 이전 태어난 사람은 백신을 맞지 못하게 하고,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만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80세 미만에서만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백신 적격 그룹  중 절반이 7년 내 백신을 맞았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후 대상자의 건강기록 4년 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적격 그룹의 치매 발병률이 부적격 그룹보다 8.5%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절반만 백신을 접종한 걸 고려하면 백신이 치매 위험을 19.9% 정도 낮춘 것"이라며 "대상포진 백신 접종으로 면역 체계가 강화되면서 뇌신경에 손상을 주는 염증을 줄여 치매 발병률을 낮췄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는 특히 여성에게서 컸다.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는 "두 그룹 사이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차이점은 대상 포진 백신 접종 여부뿐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규모 검사 캠페인 등 치매 발병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이는 백신 접종, 비접종 그룹 모두에 동일하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 의료 관련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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