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 극히 일부 모습입니다”

입력 2023.05.30 07:15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조현병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폭력’, ‘난폭’, ‘위협적’, ‘공격적.’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현병 환자의 이미지는 대부분 이렇다. 실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또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조현병 환자는 대체로 이 같은 인상을 준다. 정작 수많은 조현병 환자들과 대면하는 대다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 같은 인식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실제 그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의 환자는 극히 일부일 뿐, 온순하고 조용한 환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라고 해도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쯤은 드러난 일부만 보고 전체 모습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현병 명의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를 만나 조현병 증상, 치료법과 그들을 위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조현병이란 어떤 질환인가?

사람이 본래 모습을 상실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뇌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경 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뇌 성숙 마지막 단계에 접어드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가장 많이 확인된다.

-조현병 환자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 양성 증상은 환청이다. 다른 사람은 못 듣는 소리를 자신만 듣는 것으로, 대부분 누군가 자신에게 말하거나 다른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의 내용은 주로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을 욕하거나 해치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소리에 사로잡히면 피해망상 또는 관계망상 등 다양한 망상으로 이어진다. 감각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을 받아들이는 건데, 조현병 환자의 경우 아무런 외부 자극이 없음에도 자극을 느낀다. 이를 환각이라고 한다. 환청 외에 실제로 보이지 않는 걸 보게 되는 ‘환시’, 접촉 감각을 느끼는 ‘환촉’, 냄새를 맡는 ‘환취’, 맛이 느껴지는 ‘환미’ 등도 오감(五感)과 관련된 환각 증상에 포함된다. 이밖에 생각이 뚝뚝 끊기거나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대화할 때 두서없이 말하는 모습도 양성 증상 중 하나다.

-음성 증상이란?

없어야 될 게 나타나는 게 양성 증상이라면 음성 증상은 있어야 될 게 사라지는 증상이다. 감정 반응이 둔화돼 희로애락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쾌감을 느끼지 못하며 무감각해지고 단조로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정상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면 점차 위축되고 고립된다.

-조현병 환자는 모두 공격적이고 폭력적인가?

조현병 환자의 증상은 극과 극이다. 환각과 망상에 빠지면 공격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한다. 특히 가까운 가족에게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매우 위축되고 공포에 빠져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율로 치면 후자에 속하는 환자가 훨씬 더 많다. 물론 대중 매체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사건 사고들이 소개되고 실제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도 맞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굉장히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데, 그런 환자들은 전체 조현병 환자의 극히 일부며 대부분 환자는 그렇지 않다.

-원인은 무엇인가?

결국 뇌 기능 문제다. 우리 뇌는 뇌 세포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회로를 이루고 있다. 그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 세포들의 연결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조현’의 뜻을 생각해보라. 조현이란 현악기의 소리를 조율하는 것을 뜻한다. 현악기 줄이 적절한 장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정상적인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뇌 회로도 연결이 잘못되면 여러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적인 문제인가 후천적 문제인가?

특정 소인(素因)을 갖고 태어나도 어린 시절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청소년기 이후, 성인기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뇌에 잠재된 소인이 성장하면서 드러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 소인이 잠재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잠재된 채 평생 드러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잠재된 문제가 특정 수준 이상 발현되면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스트레스는 잠재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스트레스가 조현병의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발병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유전될 수도 있나?

유전자 문제가 맞지만 유전병과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조현병은 유전병이 아니다. 잠재적 소인이 유전자에 숨어있다곤 하나, 그 소인이 무조건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는다. 조현병이 있는 부모에게 유전자를 물려받아 조현병이 발생한 환자는 극히 일부며, 유전적 요인이 없는 환자 비율이 훨씬 많다. 조현병 환자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조현병을 앓을 확률보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조현병이 유전병이라면 조현병 환자들은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낳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환자 수가 점점 줄어야 하는데, 전혀 줄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조현병 진단 과정은?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서술적 진단이 이뤄진다. 상담을 통해 환자가 진단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보는 것으로, 환자에게 어떤 증상이 있는지, 경과가 어땠는지 등을 살핀다. 보조적인 검사로 뇌 영상 검사, 뇌파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뇌에 환각, 망상 등을 일으키는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실제 조현병이 아닌 뇌종양, 뇌전증으로 인해 환각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남성이 머리를 감싼 모습
환청, 환시, 환취, 환미, 환촉과 같은 환각 증상은 조현병 양성 증상에 속한다. /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어떤 치료법이 있나?

조현병 약은 뇌 회로에 작용해 도파민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1960년대 이후로 조현병 약물 치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세대 약물은 양성 증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지만 음성 증상에는 효과가 없었다. 부작용도 많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2세대 약물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2세대 약물로 완전히 대체됐다.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클로자핀과 같은 2세대 약물들은 부작용이 현저하게 줄고 음성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제는 환자에 따라 약물에 대한 반응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잘 반응하는 사람은 양성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음성 증상도 상당히 개선되지만, 약을 아무리 써도 효과가 환청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음성 증상이 심해지는 등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부작용은 없나?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졸림, 체중 증가, 경직, 떨림 등이 있다. 이외에 변비, 입 마름 증상이나 갑자기 멍해지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나?

조현병은 감기처럼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그만 먹어도 되는 질환이 아니다. 약에 의해 증상이 사라진 것이 아닌 억제된 것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약을 잘 복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물 외에 치료법은 없나?

장기 지속형 주사제도 있다. 조현병 약물 치료의 가장 어려운 점은 환자가 처음부터 치료를 거부하고, 치료를 시작해도 증상이 사라지면 약 복용을 거부·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한 번 주사를 맞으면 최소 한 달 정도 효과가 이어지기 때문에 매일 약 먹는 것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약보다 주사제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약물이나 주사로 조절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너무 심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 전기 자극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보조 수단일 뿐 치료 수단이라고 할 순 없다.

-조현병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질환은 병식(病識)이 있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검사·치료를 받으면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조현병은 병식이 없다. 자신에게 병이 있음에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청, 망상 증상을 환청, 망상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가거나 치료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다보니 가장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다. 이 점이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완치가 가능한가?

완치라는 것은 더 이상 치료받지 않아도 병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상태다. 이런 점에서 조현병은 아직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질환이다. 그러나 완치 여부에 지나치게 얽매여선 안 된다. 자신이 조현병 약을 계속 먹고 있기 때문에, 주사를 맞기 때문에 자신이 환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독감처럼 약 먹으면 낫는 병이 아닌, 당뇨병과 같이 치료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만성적인 병이라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이 조현병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한 치료제가 생겼다. 환자 본인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실제 치료받으면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환자가 공격적·폭력적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똑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해선 안 된다. 조현병 환자는 환각과 망상 때문에 이상 행동을 한다. 정상적인 사람을 대하듯 같이 말싸움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설득하려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조현병에 의한 ‘증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대다수 조현병 환자는 매우 온순하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실제 만나보면 고지식할 정도로 온순하다. 조현병이 ‘위험한 병’이라는 인식은 조현병의 일반적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알고 보니 조현병 환자였다는 소수 사례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대다수 조현병 환자는 그런 소식을 들어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현병 환자 강제입원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물론 환자 인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절대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 그러나 가족들이 겪는 문제들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강제입원이 지나치게 쉬워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너무 어려워져 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가 증상이 점차 심해져 치료를 거부하고 입원을 거부해도 강제입원이 안 된다. 사고로 이어질 게 예상돼도 가족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병원에 와서 이런 점을 호소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강제입원이 너무 어려워지면서 환자 가족들이 겪게 된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

조현병 환자도 나이가 든다. 젊을 때는 부모가 환자를 돌보지만 나이 들어서 부모가 사망하면 혼자 남는다. 조현병 환자 중에는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는 환자들이 많다. 지금은 이 환자들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치매뿐 아니라 조현병도 국가가 사회 보장 차원에서 돌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환자·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조현병은 완치할 수 없어도 분명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환자 스스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 가족 구성원에게 조현병이 생기면 다른 가족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잘 치료를 받으면서 행복을 잃지 않고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가족들도 많다. 의학적인 치료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해도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계속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거나 다른 방법을 찾다가 오히려 병을 키워서 더 어려워지는 길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 /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김재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조현병과 함께 대인공포증, 불안증, 우울증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홍보실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과 대한뇌기능매핑학회 이사장을 맡는 등 여러 학회에서도 활동해왔다. 김 교수는 뇌기능매핑 기술과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사회기능과 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규명한 연구 논문 200여편을 발표했으며, 직접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환자들을 위한 가상현실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임상에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진 교수는 다양한 정신건강질환 자가 조절·관리를 위한 디지털치료제 개발·임상시험 또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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