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실명'하는 무서운 병… 관건은 빠른 치료

입력 2023.03.22 07:30
눈에 손대고 찡그리고 있는 남성
시신경척수염은 하루 아침에 실명이 될 수 있는 무서운 희귀질환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아침에 실명하거나 몸을 못 쓰게 되는 무서운 병이 있다. 희귀질환의 일종인 시신경척수염이다. 시신경척수염은 몸의 면역계가 체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시신경, 뇌, 척수에 염증을 유발한다. 10만명 당 2~3명에게 드물게 발생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시신경척수염의 40%는 시신경 염증으로 시작하고, 또 다른 40%는 척수 염증으로 발병한다. 그 밖의 5%는 시신경과 척수에 동시에 염증이 생기며, 나머지는 뇌 등 다른 부위에 염증이 나타난다.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치명적이라는 것.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하루 이틀 만에 눈이 안 보일 수 있다. 척수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이 생긴 부위 아래로 마비가 온다. 예를 들어 가슴에 염증이 생기면 그 아래 감각이 없어지고 대소변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이 외에 원인 모를 구토, 딸꾹질이 지속돼도 시신경척수염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시신경척수염은 빨리 진단받지 못해 병을 방치하거나, 진단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발성경화증’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시신경척수염의 주요 증상인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다발성경화증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시신경척수염은 과거 다발성경화증의 한 아형으로 분류됐지만, 2004년 시신경척수염만의 특이 항체가 규명되면서 독립 질환이 됐다. 의학적으로 MRI상 다발성경화증은 척추체 1개 이내의 짧은 병변을 보이는데, 시신경척수염은 척추체 3개 이상을 침범하는 긴 병변이 나타난다. 시신경척수염 환자가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여러 면역조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비교적 뚜렷한 차이점은 시신경척수염에서 증상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고, 걷지 못할 정도의 마비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 치료만으로도 비교적 회복이 잘 된다.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경화증과 다르게 지속적인 구토, 딸꾹질, 오심이 수일간 지속된 후 때로는 저절로 완화되는 특징도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병을 최대한 빨리 진단받고 즉시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시신경척수염이 급성으로 발생했을 때는 염증을 최소화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주사’를 쓴다. 신경장애가 심하면 ‘혈장교환술’을 해야 한다. 혈장교환술은 피를 걸러 원인이 되는 혈액 내 성분(항체)을 없애는 것이다. 급성기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로는 특정 면역세포(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주사치료, 경구 면역억제치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