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정부는 지난 3월 19일 비급여 의료행위와 실손보험에 대한 종합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이 개혁안의 핵심은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를 관리하고, 실손보험 구조를 개편하여 의료체계 왜곡을 바로잡는다고 주장한다. 주요 내용은 비급여의 관리급여 전환하여 본인부담금을 90~95%로 높이고, 병행진료 급여 제한 및 실손보험 구조 개편(5세대 실손보험) 등이다.
이런 정책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 강화를 골자로 환자의 해당 진료비 부담을 크게 높이고,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중증 질환 위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여러가지 우려가 많다. 이에 우려하는 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환자부담 증가 및 의료 접근성 우려
개혁안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환자 의료비 부담의 증가이다. 관리급여로 전환되는 비급여 항목들은 이름만 급여일 뿐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율이 무려 90%이상이다. 이렇게 환자 부담률이 높게 책정되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노인환자들 슬관절 치환술 이후 관절운동범위 획득이 되지 않는 경우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보험 혜택 축소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 본래 기능의 약화
이번 개혁안은 실손의료보험의 역할과 기능에 근본적인 변화를 제시하였다. 실손보험은 애초에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충해주어 환자의 실질적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망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번 5세대 실손보험(안)은 경증 질환이나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보험자가 보상을 하지 않거나, 환자 부담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다시 말해, 실손보험 가입자라 하더라도 경미한 질병으로 진료를 받는 경우 보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실손보험이 일반적인 의료비 보장 기능을 상실하고, 오로지 중증 질환에 한정된 부분적 보장 장치로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변화에는 '중증 vs 경증''으로 보험 보장 대상을 구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고 '경증'중 오남용에 대한 방지라 해석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중증도 구분의 모호성을 강하게 비판한다. 의학적으로 무엇이 필수치료이고 무엇이 선택치료인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에서 경중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칼같이 선을 그어버리면, 그 사각지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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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이번 발표에서는 1~2세대 보험가입자도 5세대보험으로의 전환으로 유도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런 5세대 상품으로 자발적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결국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취약층은 여전히 의료비 부담에 놓이고, 오래전 가입한 1~2세대 보험가입자는 그대로 남아있게 되어 새로운 대책에 논란만 가져오고 문제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비급여 영역 축소와 병행진료 금지
환자 입장에서 의료 선택권 제한은 곧 맞춤 의료 또는 상급 의료에 대한 접근 기회 축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표준치료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환자가 좀 더 비싸더라도 새로운 치료법이나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그것이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았다면 비급여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비급여를 일률적으로 관리급여로 규제하거나 병행진료금지가 현장을 무시한채 도입되버리면, 환자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원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의료소비 결정권을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신의료기술 도입의 저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혁신적인 치료법은 초기 단계에서는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 급여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은 비급여 형태로 의료현장에 도입되어 경험을 축적하고 근거를 쌓은 뒤에 급여 편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비급여통제는 신의료기술을 도입할 인센티브가 줄어들거나 규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개선 방안 및 현실적인 대안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에 내포된 문제점을 완화하고, 정책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과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제대로된 실손보험 개편: 이번 개편의 시작은 오남용되는 비중증 비급여가 주요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실손보험 상품자체에서 유래가 되어 새로운 실손보험 출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그간 실손보험에 반감 때문이었는지 과도한 비판에 의해 보험 고유의 기능까지 축소하는 안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미 2700만이 넘는 1~2세대 가입자가 있고, 그들을 5세대로 자율적 전환을 목표로 한다면 보험자체 기능을 약화해서는 전환할리 만무하다. 1~2세대 보험가입자는 15년 이상 경과하여 이미 질환 치료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전환하려면 보험으로서의 기능은 알차게 강화하고, 기존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이번 개혁안은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의 분노만 유발할 것이다.
△건강보험 수가정상화와 연동된 비급여 개혁: 19-23 보장성강화계획시 비급여의 급여화를 하면서 저평가된 급여수가의 정상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현재의 관리급여제도는 당장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된다. 정부는 영리기업인 민영보험사의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환자와 진료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비급여를 관리급여화 하면서 유관 저평가 급여행위의 정상화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만일 단기간 실손보험의 혜택이 있다고 하면 이를 건강보험에 일정기간 투입하게 하여 저평가된 필수의료 정상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충분한 의견수렴: 실손보험과 비급여 대책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책이다. 이런 거대한 정책을 너무 시간에 겨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미 발표된 안이라도 비판이 많다면,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하고 의료현장에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대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손보험 개혁안이 민간보험사에 직접적 이득으로 작용하고, 반대로 가입자와 의료기관에 피해가 간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도 제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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