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한다는 비난이 칭찬보다 강하다는데… [별별심리]

입력 2023.01.26 17:30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공부나 업무 등을 하는 데 있어 칭찬과 비난을 함께 들었을 때, 칭찬은 잊고 비난만 신경쓰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난의 힘은 실제로 칭찬보다 강하다. 더 먼저 뇌리에 박히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리 뇌가 부정적인 의견에 더 민감하도록 진화됐기 때문이다. 비난 아닌 비판조차도 간혹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탓에 화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는데,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나누려면 우리는 어떻게 의견을 나눠야 할까?

◇비난 빠르게 인식하도록 뇌 진화해
뇌가 칭찬보다 비난에 주목하는 건 진화의 결과물이다. 긴장과 공포감을 주는 기분 나쁜 신호에 민감해야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동물보다 비교적 신체가 약했던 인간에겐 위험 신호를 빠르게 알아채는 능력이 매우 중요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비록 인류가 크게 발전했지만 뇌는 생존이 가장 중요했던 원시인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받는 것은 뇌의 관점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므로 마치 과거 곰 등을 만났을 때처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했다. 비난이 위협 신호인 반면, 칭찬은 뇌에서 보상으로 여겨진다. 즐거운 기분과 동기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아니므로 비난보단 약한 영향력을 띠게 된다.

우리는 위협을 받으면 뇌의 다른 어느 영역보다도 빠르게 편도체(amygdala) 영역이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측두엽 피질 안쪽에 있는 곳으로, 감정 특히 공포와 공격성을 인지하는 핵심적인 곳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편도체 자극은 이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을 분비하는 시상하부, 기억 중추인 해마 그리고 감정을 조절해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전전두엽까지 활성화한다"며 "신경세포가 동시다발적으로 지속해 탈분극되면서 장기 기억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비난받을 때 느낀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칭찬은 편도체 영역을 활성화하진 않는다. 대신 천천히 동기와 행동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는 측좌핵과 해마, 전전두엽을 자극한다. 실제로 미국 듀크대 뇌과학과 스콧 휴텔(Scott Huettel) 박사 연구팀이 실험참가자의 뇌를 스캔하며 '제초제를 뿌려 이웃의 수확을 망쳤다는 비난 섞인 글'과 '살균제로 이웃의 농작물에 도움을 줬다는 칭찬하는 글'을 읽게 했더니, 비난이 들어간 부정적인 이야기는 편도체(amygdala) 반응을 자주 끌어냈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는 편도체는 자극하지 않고 전전두엽을 활성화했다.

비난의 힘은 칭찬보다 4배 정도 더 강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사람이 칭찬보다 비난에 민감한 것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정의하며 오랫동안 연구해왔는데, 자신의 저서에서 나쁜 경험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경험 네 번이 필요하다는 '4의 법칙'을 보고했다.

◇소중한 사람의 비난, 더 공격적
특히 소중한 사람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할 때 더욱 주의해야겠다. 낯선 타인에게 듣는 비난보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의 비난이 훨씬 큰 영향력을 끼친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은 자신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중요한 사람이 말하는 정보는 가치 자체가 더 크게 느껴지고, 자신이 믿는 사람은 정직한 평가를 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그런 대상에게 비난을 들으면 그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비난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결혼한 부부를 10년 이상 추적한 한 연구에서 결혼 초기 2년간 서로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표현했을수록 이혼할 확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 칭찬 후 비판해야
그렇다고 비판을 안 할 수는 없다. 건설적인 성장을 유발하려면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에 바로 ▲편안하게 ▲칭찬을 먼저 한 후 ▲나쁘다는 단정적인 표현보단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향한 표현이 되지 않도록 '나'를 주어로 ▲반드시 대안과 함께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채정호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심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로 편도체 활성화가 심해지면 얼어붙거나 도망가고 싶어지기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며 "정말 상대에게 도움되는 비판을 하려면 칭찬을 먼저 해 안정시킨 상태에서 해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형 교수는 "비판할 때 상대방이 좀 더 잘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피드백 들은 결과물, 본인과 구분해 생각해야
수용자에게도 노력이 필요하다. 뇌 자체가 부정적인 말에 더 반응하도록 설계돼있는 것은 맞지만, 연습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는 있다. 실제로 외상을 입은 사람 중 20%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60% 이상은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을 겪는다. 먼저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본인 스스로와 본인 결과물을 구분해야 한다. 김준형 교수는 "피드백을 들을 때도 말을 한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피드백 내용 자체에 집중해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정적인 상태에선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을 준 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근본적으론 편도체가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고, 전전두엽 기능이 잘 활성화되도록 평소 훈련해주는 게 좋다. 조서은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가 많으면 긴장된 상태로 있어 편도체와 전전두엽간 조절이 잘 안된다"며  "이런 변화가 있으면 다른 사람과 똑같이 비난을 들어도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되고 감정적으로 되며 무조건 피하고 싶어지고 자주 비난당했을 때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상기하게 된다"고 했다. 스트레스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시각을 바꾸는 훈련과 함께 호흡훈련, 명상 등으로 교감신경을 이완화고 편도체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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