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혈관 협착… 증상 없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입력 2022.10.07 09:46

조기 진단과 공격적 지질강하치료 해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치료 전문가 합의안 나와

콜레스테롤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유전 질환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전문가 합의안이 확정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 혈관을 막는다고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의 증가 원인으로는 안 좋은 식습관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꼽힌다. 그러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다. 그만큼 심혈관질환 발병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지질강하제 투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어려웠다. 지난 6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한 국내 전문가 합의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이상으로도 LDL 콜레스테롤 쌓인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은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다. LDL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고 혈액에서 제거되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변이된 유전자를 받아 발생하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부모 모두에서 변이된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생하는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나뉜다. 국내 유병률은 정확히 보고되지 않았다. 200~5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며 환자 수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심혈관질환 막으려면 조기 진단과 공격적인 지질강하치료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임상적으로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콜레스테롤에 의한 혈관 협착을 겪기 때문이다. 50세 이전이라도 일반 대조군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0배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다. 심혈관질환이 발병하기 전까지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것 외에 뚜렷한 증상은 없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중 환자는 사건 발생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며 “미국과 유럽 자료에서는 해당 사건의 10년 예측 발생률이 5~20% 이상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치료 목적은 심혈관질환 예방이다. 이를 위해선 조기 진단과 공격적인 지질강하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실제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44%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치료제로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가 사용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이상적인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는 기존 대비 50% 경감 및 55mg/dL 미만이거나 70mg/dL 미만이다. 약을 복용해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PCSK9 억제제를 적용한다.

◇국내 진단 기준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 많을 것” 

문제는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을 위해서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심혈관질환 병력, 가족력, 유전자 검사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이 아킬레스건에 쌓이는 황색종 여부도 중요한 징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국내 진단 기준이 없다 보니 해외 기준을 따라왔다. 국내 환자들에게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예컨대 해외 기준은 황색종 여부가 진단에 중요하지만 국내 환자들은 약 20%만 황색종을 앓았다. 가장 중요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 기준이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하기엔 다소 높다는 점도 한계였다. 

이상학 교수는 “진단이 어려웠던 이유는 다양한데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 가장 컸다”며 “의료진들도 진단 기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고 환자들도 뚜렷한 불편을 느끼지 않으니 진단으로 이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별도의 진단 기준을 만들려고 해도 진단이 이뤄지지 않으니 자료가 부족했다”며 “문제는 실제 예상되는 환자 수에 비해 진단율이 매우 낮다는 것인데 적절히 치료되는 비율 역시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합의안 확정, 한국인만을 위한 진단·치료법 마련 계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FH(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사업단’은 국내 환자를 진단‧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가 합의안을 발표한 뒤 확정했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축적된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특징, 심혈관질환 위험도, 유전적 특징과 유전‧임상진단 사례 등이 반영됐다. 아직 명확한 진단기준이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한국인에 최적화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진료 지침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상학 교수는 “향후 수년간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한국인에 별도로 적용할 수 있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합의안이 향후 국내의 독자적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확진 기준을 마련하고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치료법을 마련하는 데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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