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 소리 거슬린다면… 혹시 나도 청각과민증?

귀 막은 여자 사진
‘청각 과민증’ 때문에 일상 속 소리에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는다면 백색 소음을 들어 청각을 둔감하게 만드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후루룩' '쩝쩝' 식사하는 소리, '타닥타닥' 타자 소리, 위층 사람의 발소리 등…. 소음을 내지도, 듣지도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당한 소음은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다. 하지만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소리가 나만 유독 거슬린다면, 청각과민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일상 속 소리에도 스트레스 받으면 ‘청각과민증’
특정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청각과민증(Misophonia)’일 가능성이 있다. 칠판 긁는 소리나 쇳소리처럼 대부분 사람이 싫어하는 것 말고, ▲질겅거리는 소리 ▲쩝쩝 소리 ▲키보드 소리 ▲목 가다듬는 소리 ▲발소리 ▲에어컨 소리 ▲냉장고 소리같이 일상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데 본인만 유독 거슬리는 경우가 해당한다. 청각과민증이 있는 사람은 소리를 남들보다 더 크게 인식할 뿐 아니라 소리에서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는다. 청각 자극에 사로잡혀 분노·불안·혐오감 등을 느끼기 때문에 일상에서 타인과 소통하거나 일이나 공부를 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자율신경계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소리 전달 과정에 생긴 이상이나 스트레스가 원인
어떤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청각과민증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긴 어렵다. ‘청각과민증(Hyperacusis)의 기전, 진단 및 치료(남의철)’에 따르면 과민증이 생겨도 원인 또는 기저 질환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공수근 교수는 “청각과민증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귀로 소리가 들어와 달팽이관을 거쳐 청신경으로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신체 이상이 아닌 정신적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공수근 교수는 “무던한 사람보단 예민한 사람이 청각과민증에 걸리기 쉽다”며 “멀쩡하던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지면 과민증이 갑자기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색 소음’으로 귀를 둔감하게 만들어야
청각과민증 치료는 소리에 대한 예민함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냄새를 계속 맡으면 후각이 둔감해지듯, 백색 소음을 계속 들으면 청각도 외부 자극에 덜 민감해진다. 백색 소음은 20~20000헤르츠(Hz) 범위 내에서 주파수 영역대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빗소리나 파도소리 같은 자연음이 대표적이다. 백색 소음의 간섭을 받는 상황에선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리 수준(역치)이 높아져 주변 소음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공수근 교수는 “청각에 관여하는 부위 중 예민해진 곳을 백색 소음으로 계속 자극해주면 소리에 둔감해진다”며 “이어폰을 착용한 채 백색 소음을 들으며, 음량과 청취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된다”고 말했다. 소리치료 외에 약물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감각을 둔감하게 하는 안정제나 항우울제 등 약물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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