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의 지방화가 진행되지 않은 '질 좋은 근육'이 대사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처럼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는 현상을 ‘근지방증’이라 한다. 근육의 지방화가 많이 진행될수록 근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내분비내과분과) 김홍규 교수팀은 20세 이상 성인 2만659명의 복부 CT 영상을 분석해 근육의 질과 대사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영상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복부 근육(TAMA·total attenuation muscle area)을 각각 ▲근육 내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NAMA·normal attenuation muscle area) ▲근육 내 지방이 쌓여 건강하지 않은 근육(LAMA·low attenuation muscle area) ▲근육과 근섬유 사이의 지방조직인 근육간지방조직(IMAT·intermuscular adipose tissue)으로 시각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팀은 전체 복부 근육(TAMA)에서 질 좋은 근육(NAMA)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좋은 근육량 지표인 ‘NAMA/TAMA 지표’를 새롭게 개발했다. 지표가 높을수록 전체 근육량 대비 질 좋은 근육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고혈압전단계, 당뇨병전단계,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복부비만 중 2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거나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비만하지 않으며 대사적으로 건강한 경우 남녀 모두 NAMA/TAMA 지표가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다. NAMA/TAMA 지표가 낮은 하위 25% 그룹과 비교했을 때 상위 25% 그룹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은 남성의 경우 28% 낮았고 여성의 경우에도 43% 적었다.
한편 비만한 사람에서는 근육의 질이 대사 건강과 큰 연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과도한 내장지방과 이소성지방(근육, 혈관, 장기 등 비지방조직에 쌓이는 지방)이 주는 해로운 영향이 건강한 근육이 주는 좋은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비만한 사람은 금주, 식이조절, 운동 등으로 내장지방과 이소성지방 감량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원을 바탕으로 근육의 질과 대사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한 첫 연구로, 대사 건강을 평가할 때 근육의 양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며 근육의 지방화 정도 즉 근육의 질까지 고려해야 함을 제시한 측면에서 의의가 높다.
연구 책임자인 김홍규 교수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근육 지방화가 늘어 근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걷기 등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질 좋은 근육을 늘려야 안전한 유산소 운동도 가능하므로 하체와 복근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비율 및 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며, 이렇게 두 가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비만학회가 공식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비만(Obesity)’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