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혈관에 영향… 재발률 '최대 85%' 첫 치료 성공해도 5명 중 1명은 3년 내 사망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는 'LDL 콜레스테롤' 국내 목표치 70 미만, 낮출수록 생존율 증가 최신 치료제 'PCSK9 억제제', 병용 효과 좋아
심장병은 2012년부터 한국인 사망원인 2위다. 심장병 중에서도 가장 흔한 질환은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막힌 심장혈관을 뚫는 치료를 응급으로 해야 하는데, 응급 치료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혈관은 딱 '그 곳'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힌 혈관을 뚫어도 다른 혈관이 충분히 막힐 수 있다. 그래서 재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근경색 재발 사망률은 최대 85%로 알려져 있다(첫 발생 시 사망률 20~30%).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 교수는 "심근경색 치료 의사들 조차도 자신의 환자들이 재발 위험이 높으며, 이를 치열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심근경색 환자가 재발하면 사망 위험은 크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 교수는 “심근경색은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관은 '한통속', 재발 위험 언제나 도사려
한주용 교수는 "약 5년 전 발표된 심근경색 환자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근경색 사망률은 심근경색 발생 후 1개월에는 6~7%, 1년까지는 10%, 3년까지는 2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환자 5명 중 1명은 3년 내 사망한다는 의미로, 심근경색은 첫 치료를 성공했어도 사망 위험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한주용 교수는 "심근경색은 심장 혈관이 하나만 막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혈관은 한통속이기 때문에 혈관 전체에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며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은 천천히 진행되며, 혈관의 절반 이상이 좁아졌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괜찮더라도 재발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LDL 콜레스테롤이 재발 주범
심근경색 재발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LDL 콜레스테롤'이다. 이런 이유로 심근경색을 경험한 '초고위험군'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주용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근경색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하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는 70㎎/㎗ 미만이다. 유럽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까지 더 낮추라고 권고한다. 40㎎/㎗ 미만까지 낮추면 더 좋다는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는 130㎎/㎗ 미만이다.
이런 추세의 배경에는 LDL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약제 개발이 있다. 한 교수는 "기존 치료제 중 스타틴을 가장 센 강도로, 고용량 사용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 50% 떨어진다"며 "스타틴 단독요법만으로는 이 보다 수치를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기전의 새로운 약제들이 나왔고, 새 약제를 이용해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릴수록 치료 성적도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지금 의료 현장에서 처방하는 약제는 크게 3가지이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는 약이다. 에제티미브는 콜레스테롤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이다. 스타틴에다 에제티미브를 추가 사용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15~20% 더 떨어진다. 여기에 최근 등장한 치료제가 PCSK9 억제제인데, 가장 강력하다. 이 약은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LDL수용체'의 재활용을 방해하는 PCSK9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이다. 스타틴을 사용했던 환자에서 PCSK9 억제제를 사용하면 LDL 콜레스테롤을 60% 더 낮출 수 있다. 한주용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 55㎎/㎗를 기준으로 했을 때, 스타틴 단독요법을 사용한 환자의 약 20%만이 목표치에 도달하며,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 시 약 50%의 환자가 치료 목표를 달성한다"며 "스타틴+에제티미브에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면 약 90%의 환자들이 목표 수치에 달성한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초기에 LDL 콜레스테롤 낮춰야
심근경색 경험자는 LDL 콜레스테롤을 '가급적 빨리' 낮춰야 한다. 과거에는 '속도' 개념이 없었다. LDL 콜레스테롤을 어디까지 낮춰야 좋다는 목표 수치는 제시됐지만,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려야 좋은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권고가 없었던 것. 한주용 교수는 "심근경색 재발 위험은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심근경색 발병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며 "위험이 제일 높은 시기부터 LDL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유럽심장학회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표하며 LDL 콜레스테롤을 빠르게 치료하는 것(The earlier, the better)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