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춘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 "절개 없이 9㎜ 구멍 내 통증 원인만 제거 '황색인대제거술' 도입 5년 만에 500례"
50대 윤씨는 몇 년 전부터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통증과 저린 증상을 느꼈다. 산책하러 나갔다가도, 조금만 걸으면 여러 차례 쪼그려 앉아 쉬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지압과 마사지를 받아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 결과,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윤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약 128만명이었던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19년 약 164만명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 최봉춘 원장은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길어진 좌식생활로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라고 말했다. 실제 척추관협착증 환자 중 60% 이상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척추관협착증이 상당히 진행되면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척추관협착증, 중장년층 여성에게 가장 흔해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 내벽이 좁아지면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돼 통증과 마비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는 대나무처럼 안쪽이 비어있는데, 그 안쪽으로 신경 다발이 지나간다.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구멍이 좁아지면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기는 것. 보통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일정한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죄어오고 자주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적이다. 최봉춘 원장은 "초기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간헐적으로 나타나 방치하는 분들이 많다"며 "심하면 대소변 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진행되며 보존적 치료도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최봉춘 원장은 "물리치료, 신경치료 등을 받아봤는데도 통증이 3~6개월 지속되거나, 아파서 서 있기 힘들 정도라면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한데, 평소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 손, 발 등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이라면 허리 통증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체 진료 환자의 약 60%를 50대 이상 여성 환자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내버려두면 마비 위험까지
척추관협착증은 다른 척추질환인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있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숙이면 오히려 편해진다. 허리디스크는 허리와 다리가 함께 아프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보다 엉덩이, 다리, 발 쪽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누워서 다리를 올리는 게 어려운데,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무리 없이 가능하다.
또한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걸어 다닐 때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터질 듯한 통증이 심해지고 쉬면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밤에 종아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발끝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도가 심해지면 10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조차 쉬었다 가기를 반복해야 한다.
◇통증 원인 말끔하게 제거하는 '황색인대제거술'
과거엔 일반적인 견인치료, 물리치료, 신경치료 등으로 호전이 안 되면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봉춘 원장은 약 5년 전부터 '황색인대제거술'을 도입해 500례 이상 치료하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왔다. 이는 작은 내시경을 통증 부위에 삽입해 협착된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통증 원인만을 제거하는 기법이다. 절개가 필요한 수술과 달리, 9㎜의 작은 구멍 하나만으로 황색인대에서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분만 확실하게 제거한다.
기존의 절개수술은 관절 손상으로 인해 척추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황색인대제거술은 큰 절개가 없어 근육이나 관절 손상이 거의 없다. 같은 이유로 수혈 없이도 수술할 수 있고, 수술 직후 몇 시간 후만 지나도 걸을 수 있다. 하루 이틀 정도면 퇴원도 가능해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봉춘 원장은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진행되므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자세 유지, 꾸준한 운동·스트레칭 필수
중장년층 여성의 척추관협착증이 흔한 것은 가사 노동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친다. 걸레질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는 등 나쁜 자세를 반복하면 척추질환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되도록 의자에 앉거나 똑바로 서서 허리를 곧게 펴고 일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허리 중심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렵더라도 누워서 다리 들어 올리기 등 쉬운 동작부터 시도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도 척추뼈와 관절에 무리를 주어 퇴행성 변화를 가속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금연, 금주, 규칙적인 골밀도 체크 등으로 뼈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봉춘 원장은 "허리 통증을 나이가 들며 자연히 찾아오는 현상으로 여겨 그냥 참거나, 민간요법으로 버티는 분들이 많다"며 "통증이 느껴졌을 때 병원을 찾아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