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자, 코로나에 더 취약… 판막 치료 절대 미루지 마세요"

입력 2021.03.03 09:19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 심장 대동맥판막협착증

고령화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급증…
증상 동반한 중증, 1~5년 내 急死 위험

협착 심하지 않으면 약물로 진행 늦춰
근본 치료, 인공 판막으로 교체 필요해…
개흉 대신 시술로… 90代 이상도 가능

고령자도 판막 시술을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사진은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로나 시기에도 아픈 심장은 계속 나빠집니다. 판막 치료, 미루지 말고 받으세요."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말이다. 심장 내부에서 혈액 흐름의 '문(門)' 역할을 하는 판막. 판막이 고장나면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판막질환 중 하나가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홍그루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전체 판막질환의 30~ 40%를 차지한다"며 "코로나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상태로 코로나에 걸리면 훨씬 위험해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4년 새 42% 증가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혈관) 사이에 있는 대동맥판막이 굳거나 좁아지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판막에 칼슘이 쌓이는 것이 주요 원인이어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요즘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지난 2015년 2만2289명에서 2019년 3만1694명으로 4년 새 42% 증가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흔한 이유는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부위에 위치해 압력이 많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거나 경직되면서 ▲평소와 비슷한 양의 활동을 했는데 유달리 숨이 차거나(호흡곤란) ▲가슴이 쪼이듯 아프거나(흉통)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 있다(실신). 이런 증상 발현 후 2년 동안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약 50%가 심부전, 부정맥,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한다. 홍그루 교수는 "증상을 동반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1~5년 사이 급사할 수 있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막 협착이 심하지 않으면 혈압을 낮추는 등의 약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일 뿐 정상으로 회복시키지 못한다. 결국 고장난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판막 교체를 위해 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수였지만, 최근에는 가슴을 여는 대신 얇은 관을 집어넣어 비교적 간단하게 판막을 교체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ation)'이 각광받고 있다.

◇판막 시술, 고령자에게도 부담 적어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직경 약 5㎜의 얇은 관을 넣어 진행된다. 관이 심장에 도달해 그 자리에서 판막을 교체한다. 크게 '자가확장형'과 '풍선확장형'으로 나뉘는데, 자가확장형은 판막이 기억형상합금으로 만들어져 제 위치에서 자동으로 펴지는 것이다. 풍선확장형은 판막을 펴기 위해 작은 풍선을 활용한다. 각각 장단점 이 달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와 면밀한 상담을 통해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시술은 길어도 2시간 정도고, 부분마취 또는 수면마취로 진행되며 이틀 뒤면 퇴원한다. 따라서 가슴을 여는 개흉(開胸) 수술에 비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훨씬 적다. 홍그루 교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고령의 나이로 전신 마취가 부담스럽거나, 폐·콩팥·간이 안 좋거나, 근육량이 아주 적고 쇠약한 사람들은 물론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가진 거의 모든 환자의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며 "90대에 시술받는 사람도 많으며, 지금까지 최고령 시술 환자는 103세"라고 말했다. 시술을 받고 나면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을 못하던 환자가 멀쩡하게 산책을 나갈 정도로 효과가 드라마틱하다는 것이 홍그루 교수의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에는 특히 '판막전문팀'이 따로 존재해 판막질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지, 시술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한편,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심장 손상이 발생했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대학의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홍그루 교수는 "심장 판막질환자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사망할 위험이 더욱 높고, 더군다나 코로나에 걸리기에 앞서 심장 문제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우선순위를 고려해 판막질환 치료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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