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자폐증 환자 미생물 분포, 일반인과 달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는 설문지나 의사의 상담에 의존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반드시 사람의 해석을 거치기 때문에 '객관적' 진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장내 미생물'이 정신질환 진단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가 구체화된다면 정신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일반인과 다르다
중국 충칭 의과대·미국 뉴욕주립대 의과대 등 정신과·진단의학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과 주요우울장애(우울증) 간의 연관성을 비교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156명과 우울증이 없는 사람 155명의 대변 표본을 통해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 집단의 대변 표본에서는 특징적인 차이점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미생물은 더 많았고, 유박테륨(Eubacterium)과 블라우티아(Blautia)는 더 적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염증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들 미생물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기존의 우울증 진단은 의사의 판단에만 달려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대변 표본을 분석해 정신질환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일 게재됐다.
◇매일 먹는 '식사'가 정신질환에 영향 미친다
한편 이들 연구팀은 지난 10월 발달장애 중 하나인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역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겪은 어린이는 대조군과 다른 양상의 장내 미생물이 나타났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의 특정 독소로 인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발에 영향을 미친 건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후 영향으로 미생물 군집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중에서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뇌 속 물질인 '가바(GABA)'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들 연구를 살펴보면 장내 미생물과 뇌·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먹는 '식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즉, 우리가 먹는 것이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단백질은 충분히, 끼니 거르지 말아야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철분이 부족하면 우울감이 심해진다고 알려졌다. 철분 부족으로 혈류량이 부족하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뇌 기능이 저하돼 우울감을 느낀다.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소도 있다. 바로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트립토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우울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심각한 우울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식사 습관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한다. 채소와 통곡물도 많이 먹어야 체내 염증 수치를 줄일 수 있다. 이화여대 임상보건과학대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함을 크게 느낄수록 아침을 거르고 채소 섭취량은 적은 경우가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