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안 대도 좋아지는 대장암 있어요"

입력 2020.05.04 07:30

'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직장암 명의 경희의료원 후마티나스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길연 교수

이길연 교수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길연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장암은 악성종양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직장암과 결장암으로 구분한다. 이중 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15cm 가량인 직장에 생기는 암이다. 대장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보니, 항문 보존과 관련한 고민이 있으며 공간이 비교적 좁아 결장암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다. 직장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 ‘항문까지 잘라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보거나, 수술해도 항문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직장암 명의로 알려진 경희의료원 후마티나스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길연 교수를 만나, 직장암 치료에 대해 들었다.​

Q. 대장암(직장암)은 원래 수술이 필수인 암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반드시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A. 외과 의사에게 이런 질문을 하시니 난감합니다(웃음). 그런데 사실입니다. 전 세계 학계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인데,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지는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수술이 필요 없는 대장암 환자가 있다’고 생각한지 얼마 안 됐습니다.

직장암 한정으로 말하자면, 환자의 약 20%는 수술 전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집니다. ‘암세포가 있었구나’라고 알 수 있는 흔적만 남죠. 몇 년 전에는 이런 환자라도 수술하는 게 안전하다고 받아들여져, 수술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암은 항문과 연결돼있는 만큼, 암세포가 항문 괄약근을 침범했다면 항문을 없애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환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변실금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여기서 ‘암세포가 없어지고 재발도 안 하는 환자가 있으니, 수술하지 말고 조금 기다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사선 치료 후 암이 확실히 자라면 그때 수술을 하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술을 계속 연기하는 거죠.

Q. 방사선 치료 후 경과를 살피며 수술하지 않는 환자를 봤을 때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A. 아까 말한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세포가 없어지는 20%의 환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환자의 70%는 암이 생기지 않았고, 30% 가량은 암이 생겼다는 대규모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사들 의견이 갈립니다. ‘굳이 수술을 해야 했나?’ ‘역시 수술하길 잘 했어’라는 각각의 의견이 있죠. 저는 전자입니다. 방사선 치료만으로 두고 보다, 암이 생겼을 때 수술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처럼 의료접근성이 좋고, 대장암 수술 성적이 좋은 나라라면 더욱요. 문제가 없으면 굳이 수술하지 말고 살고, 문제가 생기면 잘 관찰하다 그때 치료하면 됩니다.

Q. 봤을 때 곧바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는데,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모든 환자가 방사선 치료만 하며 두고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이, 동반질환, 종양 위치 등을 두루두루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MRI 검사가 필수적이고요. 드물게 상태가 무척 심한 분이 있습니다. 이런 환자는 곧바로 수술, 그것도 개복 수술이 필요합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대장암 진단을 조기에 하는 편이라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1년에 몇 건씩 합니다.

Q.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은 어떤 때에 많이 쓰나요?

A. 현재 대장암 수술은 상태가 무척 심해 개복 수술하는 게 아니면 대부분 복강경으로 수술합니다. 개복에 비해 절개 부위가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 선호도가 큽니다. 진행된 하부 직장암이고, 남성이며, 수술 전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했다면 로봇수술을 추천합니다. 비만인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골반이 좁아 수술할 때 공간 확보가 어렵습니다. 복강경도 한계가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사람 눈보다 10배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다보니,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길연 교수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길연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최근에는 항문을 살리는 직장암 수술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경희대병원에서는 직장암 환자 약 95%가 항문 보존 수술을 합니다. 수술 전 방사선치료로 최대한 암 크기를 줄이는 등 항문을 보존하려 애씁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최대한 항문을 보존하려 합니다. 항문을 절제하면 상대적으로 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겠지만, 변 등을 보관하는 장루 주머니를 달아야 해서죠. 저는 ‘세이프티 마진(Safty margin)’, 즉 병변을 포함해 잘라내야 하는 정상 조직 두께를 5mm로 봅니다. 암 조직인 병변만 도려내기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있을 수 있으니, 암 수술을 할 때는 정상 조직도 함께 도려냅니다. 많게는 2cm까지 잘라내는데, 요즘에는 5mm도 안전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를 잘 적용하면 항문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항문을 최대한 보존하려 애쓰다보니, 다른 병원에서 항문을 살리기 힘들다고 말한 환자들이 와서 항문 보존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가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Q. 그 외에 항문 보존이나, 수술 없는 완치를 위해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별도의 노력이 있나요?

A. 다학제 진료가 가능해야 합니다. 수술을 바로 하지 않고 지켜보려면 외과 외에도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종양내과 등 각종 과에서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합니다. 예를 들어, 외과에서 ‘우리 과에서 실적을 내야지’ ‘대장암 치료는 우리 과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수술해버리면 다학제 진료가 곧잘 이뤄지는 분위기가 되기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힘들었죠. 10년간 각종 과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했고, 영국에 가서 직접 배워오기도 했습니다. 덕택에 직장암 MRI 판독 기준이 좀 더 환자 친화적으로 바뀌기도 했고요. 그 결과 지금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Q. 방사선, 수술 등 대장암 치료를 마친 환자에게 중요한 수칙이 있다면?

A. 술, 담배 꼭 끊으십시오.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암 재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데,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게 술, 담배에요. 5년만 재발 안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남은 인생을 건강하게 사셔야죠. 대장암 치료를 받았다면 낙담하기보다 치료가 끝났으니 그동안 가져왔던 나쁜 생활습관을 이 기회에 바꾸겠다고 생각해보세요.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길연 교수는 ...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박사를 지냈다. 경희의료원 외과 과장이며,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 4대 회장이다. 미국 미네소타 의대 교환교수기도 하다.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 암병원 암진료 센터장을 겸임하며, 국가암 관리 사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암환자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한 바를 인정받아 작년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암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임상종양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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