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 초기엔 침보다 약물투여 먼저 해야

입력 2020.02.18 09:07

안면마비, 뇌 질환 신호일 수도… MRI·CT로 뇌혈관 상태 살펴야
스테로이드 등 약물 치료 필요, 감염 빨리 못 잡으면 후유증 남아
당뇨병 등 혈관 건강 나쁘면 고위험군, 이비인후과·신경과 가야

'구안와사(口眼喎斜)'라는 '전통적' 이름 때문일까. 자다가 입이 돌아가거나 얼굴 한쪽이 잘 움직이지 않는 '안면마비(안면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편이다. 그러나 약물 치료 지연으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MRI·CT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부터 가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 의견이다.

◇안면마비 환자 64% "한방 치료만"

국내 의료 체계는 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한다. 동일한 질병에 대해 일반 병원(의과 의료기관)·한방 병원(한방 의료기관) 두 군데 모두에서 치료하기도 한다. 안면마비가 대표 질환이다. 안면마비는 전통적으로 구안와사라고 부르며, 침술 등 한방 치료가 마비를 호전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한방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구안와사 초기엔 침보다 약물투여 먼저 해야
/클립아트코리아
실제로 최근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준희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안면마비 환자(안면마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특발성 안면마비)의 의료기관 이용 현황을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안면마비 환자는 70만415명이었다(10만명당 83명꼴로 발생). 이 중 한방 의료기관만 방문한 환자는 45만3447명으로 64.7%를 차지했다. 의과 의료기관만 방문한 환자는 11만3062명으로 16.1%, 두 종류 의료기관을 모두 방문한 환자는 13만3906명으로 19.1%였다.

연구팀은 "안면마비 치료를 위해 한방 의료기관만 이용하는 것은 적절한 치료가 아니다"라며 "특히 급성기 치료는 의과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후유증 남고 뇌졸중 놓칠수도

안면마비 환자 의료기관 이용 현황
급성기 치료를 의과 의료기관에서 해야 하는 이유는 유사 질환 감별·빠른 약물 치료 진행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윤정한 교수는 "안면마비는 시간을 다투는 뇌경색과 증상이 비슷해 감별이 필요하며, 일반 안면마비라도 수일 내로 스테로이드·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이 덜하다"고 말했다.

안면마비는 크게 말초성과 중추성이 있다. 말초성은 얼굴 움직임을 담당하는 7번 뇌신경에 바이러스 감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게 원인이다. 윤정한 교수는 "말초성 안면마비라면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를 1주일 안에 투여해야 감염으로 생기는 염증을 줄일 수 있고,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며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데 1주일을 넘겨 치료하면 빠른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후유증이 남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눈· 입 등이 이따금씩 씰룩대거나 밥 먹을 때 눈물이 나는 식의 후유증이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중추성이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뇌졸중 등 뇌 문제로 생긴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윤원태 교수는 "임상 경험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안면마비 환자 10명 중 1~2명은 중추성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뇌졸중이라면 뇌혈관을 뚫는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한의원을 전전하다 시간을 놓치는 환자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중추성이면 안면마비 외에 경미한 팔다리 이상 감각, 언어장애 같은 증상이 있다. 윤원태 교수는 "증상 외에 MRI· CT 등으로 뇌혈관 상태를 살피면 정확히 알 수 있는데, 한의원에서는 이런 장비로 확인하기 어려워 증상이 나타난 직후라면 일반 병원을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 있다면 특히 주의를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났을 때 중추성을 의심할 고위험군은 따로 있다. 윤정한 교수는 "안면마비 대부분은 뇌 문제가 아니지만,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이 있어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흡연자는 안면마비 증상이 있다면 즉시 이비인후과나 신경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길 권한다"며 "혈관이 취약한 만큼, 뇌 혈관 문제일 가능성이 건강한 사람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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