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년 이후 손저림증이 생기면 흔히 말초혈액순환 장애로 지레짐작한다. 그러나 손저림증은 신경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80~90%이며, 어느 신경 이상인지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신경 문제
▶주관증후군: 새끼손가락 서서히 저려와
주관증후군이 있으면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무디다. 주관이란 팔꿈치 안쪽에 있는 신경관으로, 인대에 눌리면 손저림증이 생긴다. 팔꿈치를 오랫동안 구부리고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주관증후군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통증도 없어서 10명 중 2~3명은 신경이 완전히 마비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이때는 수술해도 낫지 않으므로 재활치료를 받는다. 근육을 자극하는 저주파 요법이나 찜질 등 물리치료로 근육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하고, 손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치료를 한다.
▶흉곽출구증후군: 목 움직일 때 증상 나타나
혈관이 쇄골 밑에서 팔 쪽으로 나가는 곳이 흉곽 출구이다. 이곳이 좁아지면 신경을 눌러 흉곽출구증후군을 일으킨다. 주관증후군처럼 새끼손가락이 저리다. 목을 한 방향으로 돌릴 때 증상이 나타나며, 어깨나 가슴 통증을 동반한다. 편성범 교수는 "거북목이거나 무거운 가방을 많이 메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숙이거나 앞뒤 좌우로 돌릴 때 목 뒤쪽의 맥박이 안 잡히면 흉곽출구증후군일 수 있다. 따로 치료받지 않아도, 평소 고개를 숙이지 않고 가슴을 펴는 등 바른 자세만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수근관증후군: 잠잘 때 통증까지
수근관(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을 쓰는 가사일을 하는 주부에게 흔히 생긴다. 손목 신경을 인대가 누르면서 생긴다. 엄지·검지·중지와 손바닥이 서서히 저리고, 잠잘 때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주관증후군과 달리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는다.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과 비타민B 제제를 한 달 복용하면 대부분 낫는다. 석 달간 이런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으면 신경을 누르는 인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면 된다. 손목을 2㎝ 정도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로, 흉터가 거의 없고 1주일이면 회복된다.
◇혈액순환 문제
피부가 하얗게 되면서 손 전체가 저리면 말초혈액순환 장애이다. 손과 함께 발이 저리기도 하다. 우선 신경전도검사를 해서 신경이 원인이 아니라고 나오면 혈관조영술로 혈액순환 장애 여부를 진단한다. 혈관 확장제를 복용하거나, 평소 꾸준히 걸어서 전신 혈액순환을 개선하면 손저림증까지 개선된다.
◇근육 문제
근막동통증후군일 때도 손저림증이 생긴다. 이때는 팔 전체가 저리면서 뻐근하다. 추운 날씨에 심한 운동을 하면 어깨나 팔 근육이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손저림증이 생긴다. 뭉친 근육에 주삿바늘을 찔러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국소마취제를 한 번 맞으면 손저림증이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