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변비는 생활습관 때문에 생길 수 있지만, 질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변비. 이 중에서도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일까?

변비가 질병의 신호인 경우는 얼마나 많나요?
서양의 보고에 의하면, 변비는 전체 인구의 2~28%가 겪을 정도로 흔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65세의 노년에서 40.1%가 변비를 겪는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질병 때문에 생기는 변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뇨병·갑상선질환·고칼슘혈증 등 내분비대사질환이 있거나, 파킨슨병·중풍 등 신경질환이 있는 경우에 변비가 올 수 있습니다. 다발성경화증, 피부경화증이 있는 등 아교질 혈관질환과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이 있어도 변비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대장암, 직장암 등으로 장이 협착돼도 변비가 생깁니다.
변비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 때 질병을 의심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배변 횟수는 주 3회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주일에 2회 이하로 화장실에 가는 경우 변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변 횟수 이외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변비로 볼 수 있습니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대변이 단단하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남아 있는 때입니다.
의사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증상과 함께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거나, 체중 감소가 동반되거나, 복통과 구토가 동반된다면 질환이 있는 것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변비가 갑자기 생기거나, 메스꺼운 증상이 동반되거나, 식욕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신속히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현대인이 변비가 많은 이유를 스트레스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스트레스와 변비는 관계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본인의 성격은 변의 크기나 굳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1명의 건강한 남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변의 굵기가 굵거나 쾌변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낙천적이었습니다. 정밀검사로 위와 장의 통과 시간을 측정했는데, 위와 장의 배출 시간이 긴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여성으로서 평소에 우울감을 잘 느끼는 경향이 있고, 화를 과도하게 참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변비가 있는 여성들은 평소에 분노감을 잘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들은 직장 점막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하는 소견도 보였습니다. 이런 결과를 통해, 심리적 요인과 변비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운동량이나 활동량이 많으면 오히려 변비가 줄었습니다. 여가 활동에 자주 참여하지 않거나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여가 활동에 적극적이거나 활동적인 사람보다 변비가 많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음식은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치나요?
일반적으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은 발효의 대상이 되고, 이때 발생하는 단쇄지방산은 장운동을 빠르게 해서 변비를 예방해줍니다. 또 세균에 발효되지 않고 맹장까지 도달하는 섬유질은 대장에서 물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증가시킵니다. 섬유질이 장운동을 촉진하고, 대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켜서 변비를 예방하며, 치료하는 기능까지 있는 것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변비 환자들이 하루에 식사하는 횟수가 적고, 섭취하는 칼로리가 정상인보다 적었다고 합니다. 이를 비추어볼 때, 음식과 변비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노인과 젊은 사람의 변비 유형은 어떻게 다른가요?
변비는 노인 인구의 최대 45%가 겪는 증상입니다. 노인성 변비는 ‘서행성 변비(장통과 시간이 느려짐)’보다는 ‘골반출구배출장애(직장에서 항문으로 대변이 나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함)’가 많습니다. 골반출구배출장애는 특히 여성에게서 더 흔합니다. 신체 구조와 기능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인데, 대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장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게 원인입니다. 활동량 감소, 부실한 음식 섭취, 수분 섭취의 감소, 각종 약물 복용, 직장 감각 저하, 직장 배출 능력 이상, 우울증, 신경·근육질환 등도 영향을 끼칩니다. 노인성 변비를 치료하려면 변비를 유발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반면 젊은 사람의 경우 섬유질 섭취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변비에 걸리면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필요시에는 배변량을 늘려주는 약이나 위장운동 촉진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면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장건강을 위해 평소에 실천하는 습관이 있나요?
하루에 물을 1.5L 이상 마십니다. 잡곡밥, 나물 반찬, 해조류, 과일, 고구마 등을 통해 섬유질 섭취에도 신경 씁니다. 15분 이상 계단오르기 운동을 하고, 대장암 등 각종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녹차를 수시로 마십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소화기학회 학회지 심사위원, 대한소화관운동학회 감사 등을 맡고 있는 이동호 교수는 2009년 미국 ‘마르퀴즈’ 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 영국 IBC가 발행하는 국제 인명사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화기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러 의료진들과 긴밀히 협력해 진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세계 유수 기관들과 정보 교류 및 연구를 실시하며, 미래 의료계를 이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