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게임으로 게임 캐릭터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입력 2016.08.23 10:47

보행 속도 느려지고 외부 소리 둔감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GO'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건강 적신호가 켜졌다. '포켓몬GO'란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길을 다니면서 실제 거리나 공중에 떠 있는 만화(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을 포켓볼을 던져 포획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화면에만 몰두한 채 거리를 거닐기 때문에 각종 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와이오밍주의 10대 소녀는 포켓몬을 잡으려고 강 근처를 거닐다 물에 빠져 사망한 채 발견됐다. 또한, 자동차 운전자가 운전 중 게임을 하다가 도로를 벗어나 주변 나무를 들이 받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포켓몬GO 사용자들의 사고가 속출하면서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벌금제도를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는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문구가 들어간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시범 설치하기까지 했다.

 

국내에서 포켓몬GO 게임이 가능한 강원도 속초에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GO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로 인한 사고 및 부상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조선일보 DB

◇게임 중 보행 속도 느려지고 자동차 경적 소리에 둔감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어느정도로 위험할까.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보행 중 음향기기 사용이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주위 분산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평균 속도가 초속 1.31m로 '비주의분산 보행자'의 평균(초속 1.38m)보다 느렸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경적소리와 같은 주변 소리에도 더욱 둔감하게 반응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성인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걷게 한 결과 55%(11명)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실험 참가자 중 27.9%는 보행 중 음향기기 사용으로 인해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대해상화재보험 산하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원인이 된 보행자 교통사고가 2009년 437건에서 2014년 1111건으로 5년새 2.5배로 늘었다. 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은 "보행 중 스마트폰의 사용은 주위력을 분산시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중일 때 만이라도 스마트폰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개 푹 숙이고 스마트폰 사용, 목 건강에 독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목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우리 목은 총 7개의 뼈로 구성돼 있는데, 하중을 견디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C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목을 쭉 뺀 자세를 취하면 목이 일자 형태가 된다. 일자목은 디스크의 압력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해 목이 결리거나 근육을 경직시키며,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국제외과기술저널에 보고된 한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목에 6~7세 정도의 아이를 얹고 있는 것과 비슷한 27kg 정도의 부담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돈 병원장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목 디스크 예방을 위해 적어도 50분 사용 후 10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목과 어깨 등의 굳은 근육과 인대를 스트레칭을 통해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