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살 빼더라도 세포 크기만 작아져
성인 심장병·당뇨병… 청소년기 비만이 씨앗
초중고생 15%가 비만
초등학교 2학년 김모 양(8). 키는 135㎝으로 평균인데, 몸무게(40㎏)는 또래 평균보다 15㎏ 더 나간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96㎎/dL(정상은 180이하)로 고지혈증 진단도 받았다.
"방치하면 급성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관상동맥질환도 생길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김양 부모는 지금까지 딸이 원하는대로 해준 것을 후회하며 독한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양 같은 소아비만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학생이 2007년 11.56%에서 2010년 14.25%로 늘었다.
체중이 정상보다 50% 더 나가는 고도비만 환자도 3년 사이 0.83%에서 1.26%로 1000여 명이나 늘었다.(교육과학기술부 자료)
같은 비만이라도 소아가 성인보다 더 심각하다. 소아비만은 어릴 때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고, 성인이 돼 발병할 때보다 더 오랜 기간 병을 앓을 수 밖에 없다. 또 성인이 된 뒤 본격화하는 심뇌혈관 질환 등은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성을 놓치기 쉽다.
어린이는 지방 세포가 성인과 달라 비만 치료가 쉽지 않다. 성인 비만의 경우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지는 않고 크기만 커지지만 소아에서는 지방세포 수가 늘어난다. 일단 생긴 지방세포는 살을 뺀다고 없어지지 않고 크기만 줄었다가 방심하면 다시 커질 수 있다.
소아 비만은 또 성인보다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의식이 싹트고 한창 예민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만 어린이는 좌절감, 자신감 결여, 사회 부적응 현상이 성인보다 심하다는 것이다.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시기에 둔하고 열등한 아이로 놀림 받으면 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커지고 우울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며 "비만 아동의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정상 아동의 1.5배"라고 말했다.
소아비만 환자의 68%는 성인이 돼도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박 교수는 "소아 비만을 방치할 경우 이들이 성인이 되는 10~20년 후에는 성인병 환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가족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