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Q의 맛기행

최고의 한우고기와 물냉면 '봉피양'

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석창인 원장
입력
2007-02-05

대학교 합격증을 받고서 대학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아마도 신체검사였을 것이다.

당시 신검장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회상해 보면, 극소수였던 여학생들만 가운을 입고 검사를 했었고, 남학생들은  팬티(이하 '빤스') 한장 달랑 입은 상태였다. (야만스럽게도 남녀가 동시에 한 곳에서 검사를 하는...) 문제는 그 '빤스'의 상태였는데 그야말로 '가관' 혹은  '목불인견'이었다. 

요즘이야 멋있고 세련된 패션 내의가 지천으로 널렸지만 그 때에는 속옷에서 당시의 난감한 경제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정도였다.

▲ 밑반찬은 몇가지 없으나 '내공만땅'이다.

서울이나 대도시 출신들은 그나마 쌍방울이나 독립문표 같은 브랜드 속옷을 입었지만, 다수의 촌놈들은 할아버지가 평소에 입던 것 부터 해서 여기저기 '빵꾸'가 난 옷, 너무 헐렁해서 속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옷, 심지어 엄마 빤스인지 누나 빤스인지 감별진단이 안되는 속옷에 이르기 까지....누가 이런 상황을 동요에 빗대어 노래도 불렀다. " 빨간 빤스 노란 빤스 찢어진 빤스, 가끔가다 안입은 빤스...."라고.

그런 원시적 속옷을 입고서 신체검사를 받았던 촌놈들이 시절을 잘 만나서인지 아니면 다들 로또에 당첨되어서인지 작금은 세칭 '버블 세븐' 지역에 거주하면서 종부세 걱정이나 하며 우아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개무량한 일인가.

▲ 항정살은 돼지 한마리에서 200g도 채 안나오는 고급 부위이다. 하얀 지방이 천겹 이상 마블링 되었다 하여 '천겹살'로도 불린다.

그런 친구들에게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전화가 왔다.  장소는 스타워즈에서나 나올 법한 제국의 城인 '타워팰리스' 인근의 식당이란다. 그 이름도 고상한 '봉피양'에서.....

나는 상호를 듣는 순간 이곳이 프렌치 레스토랑이거나 그 아류쯤 되겠거니 짐작했다. 그런 짐작의 기저에는 촌놈들이 이제 기름기가 끼었다고 와인과 스테이크로 럭셔리한 식사를 하려나 보다 하는 배아픔 혹은  까탈도 있었음을 자백한다.

 

▲ 노릇노릇 구워진 항정살의 핵심은 쫄깃함에 있다.

그러나 웬걸? 봉피양은 일반 대중 식당이다. 그것도 한식의 거의 모든 메뉴를 취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욕심이 과한 식당이다. 그러니 아무리 천하의 벽제갈비가 직영한다고 한들 맛이 제대로 일까 하는 의구심은 당연하겠으나 그러한 우려는 첫 젓가락질에 날라가 버렸다.

한우 고기만큼은 적어도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그네들이 내놓은 모든 메뉴 하나 하나가 한국 최고를 지향하고 있음은 한두번의 방문만으로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일반 고객들이 '벽제'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당의 메뉴라면 가격을 불문하고 지갑을 연다는 사실은 어떤 직업의 세계에서건 교훈적이다. 가격의 합리성을 떠나 고객이 접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최선의 서비스와 최고의 식사를 제공한다면 이미 우리는 지갑을 기꺼이 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아무리 포만감이 밀려와도 '맛뵈기 김치말이 국수'로 퓌니쉬 블로우를 날려줘야 한다.

외국을 자주 다니는 탓에, 출국 때에는 출국장 내의 벽제갈비에서 평양냉면을 들이켜  여독을 풀기 위한 예방주사를 맞는다. 물론 귀국하자 마자는 밀레니엄 홀 근처에 위치한 벽제갈비에서 각종 찌개류나 설렁탕으로 외국 음식의 느끼함을 단박에 털어내곤 한다.

한 식도락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설렁탕은 벽제갈비에서 만든 것이라 했는데, 필자 또한 전문 냉면집이 아닌 고깃집에서 내놓는 최고의 물냉면도 바로 이 집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어쨋든 봉피양은 와인으로 치면 그랑크루 와인의 세컨드 레이블이다. 입맛은 고급으로 변했으나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을 땐 과감히 세컨드 레이블 와인을 집어야 함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봉피양은 강원도 '봉평'의 평안도식 발음이란다. 아마도 냉면을 내기 위한 메밀을 봉평에서 사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취있는 상호임엔 틀림이 없다.


/석창인-수원에스엔유치과병원 원장 s2118704@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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