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런데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와야 하지정맥류 아니에요?” 우리 병원에 소개를 받고 온 환자들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뒤에 하는 첫마디는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혈관이 보이지 않아도 피곤할 때 붓고, 무겁고, 아파지는 다리가 하지정맥류이다. 혹자는 이것을 ‘잠복 하지정맥류’라고도 한다.
하지정맥류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맥과 정맥의 혈액순환 과정을 알아야 한다. 동맥은 심장에서 다리까지 산소와 각종 영양소를 머금은 피를 보내주고, 정맥은 이산화탄소와 각종 노폐물을 담은 피를 심장에 돌려준다(심장으로 돌아간 피는 허파에 보내져 다시 산소를 머금고 심장으로 돌아온다). 보내주고 돌려주는 이 과정이 혈액순환이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동맥을 상수도에, 정맥을 하수도에 빗대어 얘기해 보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쉽다. 상수도가 막히면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밥을 할 수도 찌개를 끓일 수도 없게 되는데, 이것이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던 동맥이 막히면서 생기는 문제와 같다. 다른 한편 하수도에 문제가 생겨서 쓰고 난 물이 빠지지 못하고 역류되기 시작하면 악취와 함께 각종 벌레가 생기게 되는데, 하지정맥류는 하수도가 역류하는 것처럼 피가 역류하여 다리에 물과 노폐물이 고이는 질병이다. 다리에 물이 고여 무겁고 부으며, 혈관이 늘어난다.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혈관이 늘어나면 툭 튀어나와 보이지만, 좀 더 안쪽에 있는 혈관은 많이 늘어나도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다리에 쌓인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은 근육을 피로하게 만들고 주변 신경을 자극해서 쥐나고, 저리고, 뜨겁고, 시리게 만든다. 때로는 가렵거나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다리로 갔던 피가 잘 돌아오지 못할 상황이 되면 하지정맥류 증상은 심해진다. 하루 종일 서있거나 앉아 있고 나서, 아침보다는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몸의 가장 낮은 곳에 다리를 놓고 생활하는 동안 다리로 간 피가 중력을 거슬러 올라오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다리 마사지를 받으면 조금 가볍고, 가만히 누워 벽에다 다리를 올려놓고 있으면 또 부기가 빠진다. 잘 때도 반듯하게 누워 자는 것보다 다리 밑에 베개를 받치고 자면 증상이 덜하다. 모두 심장보다 다리를 높게 해서 다리의 피를 심장으로 잘 돌아가게 해주는 자세이다.
누구나 많이 걷고 뛴 날은 다리에 쥐가 난다. 평소보다 많이 쓰인 근육이 피로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그렇지 않은 날에도 쥐가 난다. 주로 자다가 쥐가 나고, 가끔씩 나던 쥐가 어느 날부턴가 하룻밤에도 몇 번씩 찾아와서 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이럴 땐 야옹야옹 고양이 소리를 흉내내기 보다는 쥐 잡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어떤 환자분은 혼자서는 도저히 풀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쥐가 나서 같이 자고 있던 가족을 깨워 풀어달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 환자분은 잘 치료받은 뒤에 편안히 주무실 수 있었다. 같이 깨던 가족도 그제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밤에 잠을 설치게 하는 하지정맥류는 종종 하지불안증후군(다리가 불편해 잠을 못 이루는 질병군), 불면증 등의 낫기 어려운 병명이 붙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정형외과에서 한동안 치료해도 낫지 않던 다리 불편감이 하지정맥류 치료 후에 낫는 경우가 있다. 다리가 불편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형외과 병원에 먼저 찾아간다. 정형외과에서는 증상의 원인을 허리, 근육, 뼈에서 찾아 치료해 본다. 그렇게 치료해 보고 낫지 않는 환자들이 물어물어 하지정맥류 클리닉으로 오게 된다. 정형외과 치료가 틀렸고 하지정맥류 치료가 맞다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병원이 정형외과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픈 것이 저녁에 심하고, 자다가 쥐가 난다면 정형외과보다도 하지정맥류 클리닉을 먼저 찾아가 보는 것이 맞을 수 있겠다.
하지정맥류 얘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직업이 몇 개 있다. 간호사, 승무원, 생산직, 식당이나 마트 직원이다. 그 밖에도 계속 서있거나 앉아 있고, 근무시간이 긴 직업이라면 하지정맥류의 고위험군이다. 물론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도 이 고위험군에서 빠질 수 없다. 필자도 어느 날부턴가 이런 증상이 생겼다. 이런 환경에서 혹사당한 하지정맥은 어떻게 망가지는지, 망가진 것을 어떻게 찾고 치료하는지는 다음 기고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춘곤증, 따뜻한 봄이 오면 몸이 나른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다리 혈관도 따뜻할 때 많이 늘어진다. 늘어진 혈관은 기능을 잘 못하여 피가 고이기 쉽다. 이렇게 날이 풀리면서 증상이 심해지니, 환절기는 감기 환자만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리 아픈 환자도 늘어난다. 이 글을 본 독자들은 본인의 다리 상태를 잘 확인하여 가벼운 걸음으로 꽃피는 봄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다리 통증하면 보통 근골격계 질환부터 떠올리지만,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 하지정맥류 증상과 예방, 치료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