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연과학 서적을 보면 달팽이와 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달팽이에게 당근을 먹이면 주황색 변을 보고, 오이를 먹이면 녹색 변을 본다는 것인데, 색깔까지 똑같지는 않지만 사람도 달팽이만큼 정직하게 변을 본다.
사람의 변 역시 섭취한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변비가 잘못된 생활습관이 부른 질병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에 따라 변비를 예방할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에 걸린 환자들이 무턱대고 약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상습적인 변비약의 복용이나 남용은 꼭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다음과 같은 식생활을 통해 대장에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알려진 대로 변비 환자들이 꼭 섭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식이섬유소다. 식이섬유소는 변비뿐만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좋다. 식이섬유소는 발암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끌고 나가며,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대장 등 대장질환의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김치, 나물 등 채식이 많기 때문에 섬유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보다 질에 문제가 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김치나 콩나물 등 나물류에 들어있는 섬유소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의 거칠거칠한 성질의 섬유소로, 섬유소의 중요한 기능인 흡수성이 낮을 뿐더러 위장 벽을 자극하고 소화를 방해하여 배변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등 대장 기능 증진에 효과가 적다.
따라서 김치나 나물류의 거친 섬유질보다는 밀기울, 현미,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는 날 것으로, 과일은 되도록 껍질째 먹는 것이 좋으며, 요구르트 등 발효된 유제품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온 천연 섬유소 제재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장에 수분이 부족한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을 부드럽게 해 주며 장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난 후 물을 한 컵씩 마셔주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 8컵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적당한데 맹물을 마시는 것이 힘들다면, 차(茶)나 음료수, 국 등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차 중에는 우롱차와 녹차가 변비에 도움이 된다.
아침식사를 꼭 챙겨먹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뇌에 영양 공급이 안 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배변의 황금시간대도 놓친다. 식사 후 위가 포만감을 느끼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장 운동도 덩달아 잘되는 것을 위대장반사라고 하는데, 이는 아침식사 직후가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40대 이후의 갑작스러운 변비는 암과 같은 다른 질환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의심이 될 경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식생활의 교정 후에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변비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
대장ㆍ항문질환을 지키는 예방법과 위암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양형규 원장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