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대장항문질환 이야기

달팽이 변을 보면 식이섬유가 왜 중요한지 안다

서울 양병원양형규 원장
입력
2016-10-28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연과학 서적을 보면 달팽이와 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달팽이에게 당근을 먹이면 주황색 변을 보고, 오이를 먹이면 녹색 변을 본다는 것인데, 색깔까지 똑같지는 않지만 사람도 달팽이만큼 정직하게 변을 본다.

사람의 변 역시 섭취한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변비가 잘못된 생활습관이 부른 질병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에 따라 변비를 예방할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에 걸린 환자들이 무턱대고 약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상습적인 변비약의 복용이나 남용은 꼭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다음과 같은 식생활을 통해 대장에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알려진 대로 변비 환자들이 꼭 섭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식이섬유소다. 식이섬유소는 변비뿐만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좋다. 식이섬유소는 발암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끌고 나가며,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대장 등 대장질환의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김치, 나물 등 채식이 많기 때문에 섬유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보다 질에 문제가 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김치나 콩나물 등 나물류에 들어있는 섬유소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의 거칠거칠한 성질의 섬유소로, 섬유소의 중요한 기능인 흡수성이 낮을 뿐더러 위장 벽을 자극하고 소화를 방해하여 배변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등 대장 기능 증진에 효과가 적다.

따라서 김치나 나물류의 거친 섬유질보다는 밀기울, 현미,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는 날 것으로, 과일은 되도록 껍질째 먹는 것이 좋으며, 요구르트 등 발효된 유제품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온 천연 섬유소 제재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장에 수분이 부족한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을 부드럽게 해 주며 장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난 후 물을 한 컵씩 마셔주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 8컵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적당한데 맹물을 마시는 것이 힘들다면, 차(茶)나 음료수, 국 등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차 중에는 우롱차와 녹차가 변비에 도움이 된다.

아침식사를 꼭 챙겨먹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뇌에 영양 공급이 안 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배변의 황금시간대도 놓친다. 식사 후 위가 포만감을 느끼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장 운동도 덩달아 잘되는 것을 위대장반사라고 하는데, 이는 아침식사 직후가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40대 이후의 갑작스러운 변비는 암과 같은 다른 질환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의심이 될 경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식생활의 교정 후에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변비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장ㆍ항문질환을 지키는 예방법과 위암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양형규 원장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