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비와 성공률도 일치하지 않아

권모(36·서울 용산구)씨는 지난해 11월 남편과 함께 서울의 한 난임시술센터를 찾았다. 정부가 난임시술에 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기대와 달리 시술은 좀처럼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11번째 시도 만에 겨우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은 기쁜 일이었지만, 그가 받은 병원비 내역은 우울했다. 총 2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정부가 난임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지만 환자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난임시술 과정 중 일부가 여전히 비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비급여 금액은 병원마다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도 확인됐다.
◇비급여 체외수정술, 최대 6.5배 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이달 초 공개했다. 난임 시술 가운데 회당 일반 체외수정 최저금액은 10만원, 최고금액은 64만9000원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인공수정의 최저금액과 최고금액은 각각 10만원, 52만3000원으로 5배 차이를 보였다.
같은 종별로 비교해도 차이는 크다. 체외수정의 경우 같은 상급종합병원이라도 가격은 10만4400원에서 64만9000원까지 다양했다. 종합병원의 경우 10만~36만원, 병원급의 경우 13만1560원~40만1000원으로 차이가 심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정부가 난임치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지만, 적용 횟수에 한도를 정했기 때문이다. 한도를 벗어난 시술에 대해 병원은 가격표를 마음대로 붙일 수 있다. 인공수정의 경우 3회까지,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는 4회까지, 동결배아는 3회까지만 혜택이 제공된다. 이후로는 병원이 정한 비급여 진료 비용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많은 난임부부가 이 한도 내에서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병원을 옮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 검사부터 배아 채취 및 동결, 보관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에 부담이 더 크다.
◇각종 검사 추가에 비급여 항목 가격 올리기 ‘꼼수’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경우 가격 차이가 훨씬 크다. 실제 본지가 난임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주요 병원 세 곳(서울마리아병원·서울차병원·제일병원)의 시술 외 검사비용 등을 물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본검사 비용은 세 곳이 20만원 내외로 비슷했다. 그러나 추가검사의 경우 제일병원은 30만~40만원인 데 비해, 서울차병원은 100만원에 달해 차이가 컸다. 마리아병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차병원 관계자는 “임신에 실패할 경우 환자에 따라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검사가 천차만별이라 정확히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동결배아를 보관하는 비용은 세 병원에서 차이가 더욱 컸다. 제일병원은 5년간 보관하는 데 30만~50만원이 든다고 답했다. 마리아병원 역시 매년 1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차병원은 1년 연장할 때마다 30만~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답했다. 5년 보관 기준 50만원 대 150만~250만원으로, 최대 5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난임시술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의 가격을 비교해봤다는 이모(33·경기 수원시)씨는 “일부 병원의 경우 과배란유도 주사나 각종 검사를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지만, 같은 조건임에도 병원마다 검사 항목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싼 만큼 임신성공률 높을까…올 9월 공개 예고
난임시술을 준비 중인 부부들을 답답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병원별 임신성공률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차병원에서 난임시술을 받고 있다는 권모씨는 “시술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며 “궁여지책으로 난임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이곳이 가장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성공률은 어떨까. 지난해 국정감사 때 관련 자료가 살짝 공개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제일병원·차병원·마리아병원 세 곳 가운데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마리아병원으로, 32.3%였다. 이어 제일병원이 30.3%였고, 차병원의 경우 29.8%로 세 병원 중 가장 낮았다.
시술별로는 체외수정의 경우 마리아병원이 41.5%로 가장 높았고, 제일병원 36.4%, 차병원 33.4% 순이었다. 인공수정 역시 마리아병원이 17.9%로 가장 높았고, 제일병원 15.7%, 차병원 14.6% 등이었다. 비급여 비용이 가장 높은 차병원이 임신성공률은 오히려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환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별 임신성공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 자료가 공개되면 병원들의 시술건수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마리아병원이 2만5793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차병원 7826건, 제일병원 2419건 등의 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