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막으려 타미플루를 미리 먹는다고?

복용 동안만 효과… 쇼크 사례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독감 예방 목적으로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연인·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이 독감에 걸렸을 때 전염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예방적 투여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와 증식할 때 튜프라미니다아제라는 효소가 활성화된다. 타미플루는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독감에 걸리기 전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독감 바이러스가 체내 들어오더라도 적절히 증식하지 못해 독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간혹 이어지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게 지나간다. 복용량은 75㎎ 캡슐 기준 하루 한 알씩 최대 열흘로, 치료 목적 복용량(하루 두 알)의 절반이다.

독감 치료·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타미플루의 예방적 투여 대상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5세 미만 소아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한정된다. 이들을 제외한 건강한 성인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예방적 복용을 남발하면 독감 바이러스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며 "실제 해외에서 무분별한 복용으로 지역사회 내 독감 바이러스의 내성이 심해졌고, 이로 인해 오히려 치료가 어려워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예방적 투여는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타미플루는 복용하는 동안에만 예방 효과가 있고, 드물게 쇼크·폐렴·간기능 이상 등의 이상 반응도 보고돼 주의해야 할 약물"이라며 "백신 접종 시기를 놓친 어린이·노인 등 고위험군이 독감 환자와 직접 접촉할 때에만 예방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