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때문에 미국서 철수한 여드름치료제, 한국선 매년 50억원어치 팔려

입력 2017.11.02 09:30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로아큐탄’은 중증 여드름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낸다. 이 약의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은 피지 분비를 중단시켜 여드름을 없앤다. 여드름에 탁월한 효과 때문에 이 약은 피부과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치료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여드름 환자
중증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치료제는 기형아 유발을 비롯한 다양하고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사진=헬스조선DB

문제는 부작용이다.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부작용은 그 효과만큼 치명적이면서 다양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구순염·가려움·피부염·피부박리 등의 피부 질환을 비롯해, 안구건조증, 비강건조증, 비인두염, 근육통, 두통, 빈혈, 혈소판감소증, 피로, 혈뇨, 장질환 등이 있다. 여기에 심각한 부작용으로 기형아 출산, 간독성,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고, 드물게 우울증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이 추가되기도 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1982~2003년 임신을 계획하던 여성 2000명 이상이 이 약을 복용한 후 160명의 기형아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다양한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미국에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결국 2009년 로슈는 아큐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치료제를 미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치료제가 매년 약 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오리지널약인 로아큐탄을 판매하는 로슈가 원외처방액 기준 21억원을, 한미약품이 이소티논이라는 이름의 복제약으로 14억원을, 대웅제약 역시 아큐네탄이라는 이름의 복제약으로 5억원을 각각 벌어들였다. 이밖에도 36개 제약사가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 식약처는 매우 긴 사용상 주의사항을 단서조항으로 달고 이 성분의 치료제를 중증 여드름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형아 출산 위험 때문에 모든 임신부 또는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 수유 중인 여성에게 투여를 금기하고 있다. 신장 및 간 기능 장애 환자, 비타민A 과다증 환자, 혈중 지질농도가 과도하게 높은 환자 등도 금기 대상이다. 또한 만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권장하지 않고, 만 12~17세 청소년에게는 신중히 투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단독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처방 실적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만6552명이 이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20대에 여드름 증상이 특히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19세 미만 환자가 전체 4만9199명의 33.6%나 차지한다는 것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다. 여드름 치료에 탁월하다는 입소문 때문에 실제 온라인 몇몇 게시판에는 이 약을 구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 로아큐탄 거래를 위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카페까지 개설된 상황이다. 주로 처방받고 사용하다 남은 의약품이 거래된다.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접수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이상사례는 2013년 833건, 2014년 540건, 2015년 656건, 2016년 861건 등 매년 722.5건 수준이었다. 이는 이상반응이 접수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불법 거래를 통한 이상반응 발생을 포함하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게시판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종훈 교수는 “로아큐탄은 국내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약”이라며 “입술건조나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 같은 중증의 부작용은 아직 확실히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2000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5건, 해외에서 508건이 각각 보고됐다”며 “중증 여드름 환자에게는 유용한 치료제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철저한 관리 하에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