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소문 믿고 백신 기피… 다른 아이 건강까지 위협

입력 2017.06.07 09:12

예방백신 안전성은 수십 년 입증
자폐증·수은 중독, 유언비어일 뿐… '집단 면역의 힘' 감염병 전파 막아
국가 예방접종 16가지 꼭 맞혀야

주부 김모씨(36)는 2년 전 돌이 안된 아들에게 예방백신 3가지를 동시에 접종시켰다. 그런데 그날 밤 아들이 경기를 일으켰다. 이를 경험한 김씨는 그 뒤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김씨는 의사들이 예방백신을 불필요하게 많이 맞힌다고 생각했다. 또 의사들이 예방접종을 권유하는 이유는 제약회사의 마케팅에 속아넘어 간 탓이라고 생각했다. 김씨 주변에는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다섯살 난 자신의 아이에게 어떠한 백신도 맞히지 않았다. 그녀는 "어릴 때는 자기 면역이 있어서 굳이 백신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개설자가 '수두파티(수두 백신을 맞히지 않고 수두에 걸린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해 수두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를 언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일부 육아 카페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뇌손상이나 자폐증 등이 올 수 있다거나, 백신 보존제로 사용하는 수은에 중독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예방접종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기피하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예방접종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을 기피하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백신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뇌손상이나 자폐증 등은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를 믿고 부모가 아이의 예방접종을 피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감염병의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예방접종 기피로 홍역 대유행 겪어

국내 예방접종 기피 현상은 해외 '안티백신' 운동의 영향이 크다. 백일해 백신에 의한 뇌손상은 1970년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주장한 것이 시작이다. 이로 인해 당시 영국 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40%까지 떨어졌고 스웨덴,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접종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 결과 백일해 발생률이 급등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유아 수십만명이 사망했다. 1998년에는 홍역과 유행선이하선염을 예방하는 MMR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국제의학저널 '란셋(Lancet)'에 실렸다. 그 뒤로 부모들이 MMR백신 접종을 기피했다. 그러자 한해 평균 7000명 수준이던 유럽 내 홍역 환자수는 갑자기 3만명으로 폭증했다. 유럽의 홍역 대유행이 끝나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MMR백신의 자폐증 유발 논문은 예방접종 거부단체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작성된 사실이 알려져 게재가 철회됐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근거없는 정보에 의해 예방접종을 기피한 피해는 결국 의료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쌓여온 백신의 안전성

예방백신 내 수은이나 알루미늄이 있어 중금속 중독 위험이 있다는 주장과, 백신 접종이 제약사의 이익 때문이라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백신 보존제로 쓰여온 수은은 중독을 일으키는 무기수은이 아닌 유기수은으로,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된다. 더욱이 최근 백신들은 유기수은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종현 교수는 "백신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안전성 위험이 발견되면 제품으로 출시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전세계에서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수십 년간 처방을 받으며 축적된 의학적 데이터를 갖고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 글로벌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영유아에게 맞히는 예방접종은 대부분 국가에서 비용을 대는 국가예방접종으로, 보건당국이 질병 발생 빈도와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져 국가예방접종을 심의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제약사의 이익 추구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은 결핵, B형간염, 폐렴구균 등 총 16가지 있고, 영유아와 관련된 선택접종은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등이 있다. 김종현 교수는 "선택접종까지 모두 맞춰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선택접종은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며 "예를 들어 수막구균의 경우 비장을 제거했거나 신체 면역력이 약한 경우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타인의 건강까지 지켜

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도 지킬 수 있다. 이재갑 교수는 "대부분의 감염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백신으로 집단 면역을 유지함으로써 질병 발생이 최소한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 집단 접종률이 높으면 백신을 안 맞은 아이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 백신 접종률은 80%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