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행진'을 막아라

입력 2008.04.01 16:25 | 수정 2008.04.04 08:58

아토피의 30% 천식으로 진행
비염·천식·아토피 '한통속' 질병
비염환자의 50% 이상이 결막염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정윤(8·가명) 양은 봄철만 되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진다. 최근엔 감기가 낫지 않고 숨소리도 "쌕쌕"거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알레르기 비염이 발전해 알레르기 천식이 생겼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부터 눈도 계속 비비면서 가렵다고 칭얼거려 안과에 갔더니 이번엔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고 했다. 엄마 김선희(38)씨는 "3년쯤 전부터 생긴 알레르기 비염 하나 때문에도 고생이 심했는데 이번엔 천식과 결막염이라니…. 왜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 했다. 의사는 "정윤이처럼 면역체계의 변화로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어린이가 많다"고 말했다.

■아토피·천식·비염이 '행진'을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떼'로 몰려 다니는 경향이 있다. 알레르기 자체가 외부 자극, 즉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므로 외부 노출이 많은 피부, 호흡기, 눈 등에 모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 면역체계의 변화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등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 한다.

대개의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 이 행진의 선두에 선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알레르기 체질인 환자에서 피부가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그 다음에 호흡기 쪽으로 옮아간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소아 중 약 30%가 천식으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같은 호흡기 질환인 알레르기 천식과 비염은 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관지 천식환자의 60~78%에게 비염이 생기고, 거꾸로 비염환자의 20~40%에게 천식이 동반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재서 교수는 "비염 환자 중 특히 코 막힘이 심한 사람은 대부분 기관지가 과민하고 그만큼 천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결막염은 그 자체가 알레르기 비염 증상 중 하나다. 비염환자의 50% 이상에서 결막염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20~40%는 천식이 동반된다. 사진은 알레르기 천식 검사를 위한 폐활량 검사 모습. / 헬스조선 DB
■두통·축농증·중이염은 알레르기 합병증

알레르기 질환,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축농증, 중이염, 두통, 수면 장애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우선 비염이 심해지면 코 뒤 비인강(鼻咽腔)이라는 곳에 염증이 생기고 콧물이 차 축농증이 잘 생긴다. 부천성가병원 이비인후과 강준명 교수는 "축농증 환자의 40~67%에게 비염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50% 정도에게 축농증이 있다"며 "따라서 축농증이 있으면 알레르기 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집중력과 학습능력 저하, 흔히 '아데노이드 얼굴'이라 부르는 얼굴형태의 변화는 심한 축농증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그 밖에 중이염은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 점막뿐 아니라 코와 귀를 연결해주는 통로(이관)까지 부아 귀 내부 환기가 잘 안돼 생기며, 수면장애는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 증상 때문에 초래된다. 또 2006년 '알레르기-천식-면역학 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34%가 편두통을 겪고 있었다.

■뚜렷한 치료방법 없어… 피하는 게 최선

어떤 알레르기 질환이라도 현재로선 뚜렷한 치료나 예방을 기대할 수 없다.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나 '알레르기 행진'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 항원에 반응하는 지를 알고 그것을 피해(회피요법) 증상을 최소화함으로써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나 합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는 "특히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열이 나지 않지만 코 간지럼이 심하고 1년에 수회 이상 반복될 경우 감기가 아닌 알레르기 질환을 의심해 보고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서 자신이 특정 항원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요법'은 유일하게 알레르기 질환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아주 낮은 농도의 항원에서부터 점차 농도를 높여가며 정기적으로 주입해 과민한 면역체계를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보통 3~5년 정도 걸린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승훈 교수는 "대표적인 항원인 집먼지 진드기의 경우 면역요법 후 60~70%의 환자가 효과를 본다. 약물에 부작용이 있거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에게 권장되며 치료 전 증상이 가볍거나 연령이 낮을수록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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