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없는 간암은 없어… ‘abc’ 기억하세요"

입력 2022.10.17 07:00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간질환 명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간염, 간경화, 간암은 별개의 질환이 아니다. 원인이 다양할 뿐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서서히, 또는 급격히 간암으로 발전한다. 가장 큰 원인 질환은 B형 간염 바이러스다. 간질환이 중증일수록 B형 간염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간염 단계는 50%, 간암은 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이다. 완치도 어렵고 간이 딱딱하게 굳어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매년 10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지정한 ‘간의 날’이다. 대한간학회는 지난 2000년부터 간질환 관련 국민교육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2022년 간의 날을 맞아 간질환의 원인, 예방, 치료법에 대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정현 교수에게 물었다.

-간암의 원인엔 무엇이 있나?
원인 없는 간암은 없다. 모든 간암엔 기저 간질환이 있다. ‘abc’라고 부르는데 a는 알코올, b는 B형 간염 바이러스, c는 C형 간염 바이러스다. 이 세 가지가 간암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abc 중에서도 b형 간염이 60%를 차지하고 알코올과 c형 간염이 10~15%씩 차지한다. 나머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질환이다. 최근 비알코올성지방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A형 간염이 안 보이는데?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이다.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A형 간염은 급성으로 온다. 한 번 앓으면 항체가 형성돼 다시 앓지 않는다. A형 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됐다는 보고는 없다.

-A형 간염의 주요 감염 통로는 무엇인가?
식중독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분변-경구 감염’이라고 하는데 A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 의해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사용했다가 감염될 수 있다. 손 씻기가 중요한 까닭이다. 위생 상태가 안 좋았던 과거엔 대다수가 어렸을 때 감기처럼 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백신도 있어서 환자수가 감소했다.

간혹 A형 간염에 걸린 뒤 며칠 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돼서 감염되면 80~90%는 입원을 요하는 심한 증상을 겪는다. 간수치가 급증하기 때문에 황달도 심하고 잘 먹지도 못한다. 안 걸리는 게 현명하다. 50대 이상은 어렸을 때 한 번씩 앓아서 항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어린이들은 백신을 맞았으므로 A형 간염 바이러스 고위험군은 20~30대라고 할 수 있다. 

권정현 교수가 A형 간염의 감염 통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C형 간염은 종식이 목표라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헬리코박터균처럼 항바이러스제로 완전히 박멸시킬 수 있다. WHO가 2030년까지 종식을 목표로 설정한 까닭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다. 혈액 매개 감염이다 보니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피부 점막에 상처를 내는 행위들이 계속 보균자를 늘리고 있다. 외국에선 마약 투약을 위한 정맥 주사 남용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눈썹 문신, 타투, 부항, 침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 B형 간염의 주요 감염 통로는?
주요 감염 통로는 수직감염이다. 태아였을 때 보균자인 엄마의 탯줄을 통해 감염된다. 유전이 아니라 감염이다. 요즘엔 이 고리를 차단시킬 수 있는 약제들이 나와 있다. 신생아는 태어나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는다. 여기에 더해 산모가 보균자라면 면역글로불린 주사로 감염을 차단한다.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해도 실패하는 약 7%는 산모가 고바이러스혈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통해 전파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완치는 어렵나?
그렇다. 항바이러스제로 제균이 안 되기 때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에 삽입된다. 현재 B형 간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세포 밖으로 튀어나오는 바이러스만 죽인다. 활동성인 바이러스를 비활동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초진 환자들에게 제시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비활동성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간질환 진행을 막는 것이다. 

권정현 교수가 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정리한다면?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염이 지속되면 염증에 의해 간경변증이 나타난다. 간 섬유화, 간경화 모두 같은 말이다. 섬유화는 딱딱해지는 조직학적 특성을 의미하는데 3단계 이상의 간 섬유화를 간경화 또는 간경변증이라고 부른다. 간은 잘라도 재생된다. 간세포가 계속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경변증 단계에서는 간이 세포를 재생하고자 해도 정상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정상 세포들이 뭉친 혹을 재생결절이나 이형성결절이라고 하는데 외관상 거북이등처럼 생겼다. 여기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세포가 나타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특히 무서운 점은 간염, 간경변증, 간암 루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간경변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가 갑자기 간암을 진단받는 것인데 앞서 말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간암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1단계는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다. 재생결절이 커진다거나 간수치가 증가하면 CT나 MRI등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암은 영상검사에서 아무리 험악한 결과가 나와도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 결과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간은 기저 간질환이 간암 발병에 명확한 영향을 끼치고 조직검사가 출혈의 위험을 키울 수 있으므로 기저 간질환 여부와 역동적 조영증강 CT 결과로 진단한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나?
초기엔 수술적 절제를 적용한다. 가장 효과적이다. ‘고주파열치료’도 있다. 간 조직에 가는 바늘을 삽입한 후 전류를 보내 종양을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중간 병기부터는 ‘간 동맥 색전술’을 많이 실시한다. 국소 부위에 항암제를 적용한 뒤 암세포를 먹여 살리는 혈관을 막는다. 그러면 뇌경색처럼 그 부분이 간경색이 온다. 해당 조직이 먹고살려고 다른 곳에서 혈관들이 증식해 여러 번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병기가 조금 더 진행되면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전신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간경변증 정도와 암 재발 여부를 따져서 간 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간암이 아직도 암 사망률 2위인 까닭은?
간암은 정상 간에서 생기지 않는다. 간염과 간경변증이라는 기저 간질환이 있다. 이런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같은 1기라도 간경변증이 거의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해도 재발 위험이 낮다. 그런데 간경변증이 많이 진행된 간이라면 복수도 차있고 황달도 심해서 간이 치료를 견디지 못한다. 이런 경우엔 초기에 잘 치료했다 하더라도 다른 재생결절이 암 후보가 될 수 있다. 재발이라기보다 처음처럼 암세포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간염 환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B형 간염을 앓고 있더라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술이나 다른 약제를 멀리하면 간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문제는 바이러스 비활동성이 잘 유지돼서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중단했을 때다. 통상 간수치는 40 이하일 때 정상 범위라고 본다. 그런데 200~300까지 치솟아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 소변 색이 커피색이 되거나 다리가 붓고 배가 나오면 늦다. 병원 방문을 늦추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간이란 장기는 밥만 먹어도 독이라 생각하고 해독작용을 한다. 몸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처방약은 장복을 하는 경우 간수치를 올리는 종류가 명확하다. 이런 약들을 성분도 알고 처방 기준도 있다. 그런데 성분을 알 수 없는 식품을 약이라고 생각해서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즙을 내거나 엑기스로 만들어서 냉장고에 쌓아두고 먹는 그런 것들은 독성 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금 임상에서는 좋은 약제와 치료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일단 내원을 한다면 완치가 안 되더라도 더 좋은 상태를 목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권정현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의 소화기내과 교수이면서 간담도센터 센터장이다. 그는 간질환 치료 전문가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으로 간이식 연수를 갔다 온 뒤 ▲바이러스간염 연구회 기획이사 ▲대한간학회 재무이사 ▲대한간암학회 홍보위원 등 다양한 간질환 관련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8년엔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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