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항체만 있다면 성생활해도 전염 안 돼"

입력 2008.12.16 16:10 | 수정 2008.12.17 13:43

위기에 처한 한국인의 간 ⑤-끝
헬스조선·세브란스병원 공동 기획
한 번 예방접종하면 평생 면역
폭음 잦으면 검사 자주 받아야

간경화, 간암, 간이식 등 간 질환을 경험한 남성 4명이 간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4층 라운지에서 이 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를 만났다. 서지호(36·연구원)씨와 이태규(36·PC방 운영)씨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이계동(63·인쇄업)씨는 2001년 간경화로 간 이식을 받았으며, 조상규(56·자영업)씨는 2 년 전 간암 수술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가운데)가 4명(왼쪽부터 서지호, 조상규, 이계동, 이태규씨)의 간 질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이태규=병원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과로하지 말라"다. 과로의 기준이 뭔가. 정기검진 때 간 수치가 나빠지기라도 하면 밤늦게까지 일한 것 때문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광협=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이 지치면 간염으로 이행될 수 있다. 따라서 과로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로의 정도는 개인차가 워낙 커 학계에서도 명확히 기준은 없다. 다만 8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아침에 피로하다면 과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일의 양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좋다.

이태규: 여자 친구와 곧 결혼할 생각인데, 성생활을 마음껏 해도 되는 건지 궁금하다.

이계동: 손자를 안거나 뽀뽀를 해도 간염이 옮을 수 있나?

한광협: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술잔 돌리기나 밥을 함께 먹는 등 일상생활의 접촉으로는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성생활로는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결혼 전 반드시 B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항체만 있다면 성생활도 전혀 문제 없다.

서지호: 곧 아기를 가질 계획인데, 아이에게 간염이 유전되는 것은 아닌가?

●이계동: 아들은 B형 간염이 없다고 하는데도 불안해서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다.

한광협: B형 간염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B형 간염 환자의 90%이상이 분만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수직감염이다. 산모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면 아이에게 병이 생길 확률이 80%나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크게 상관 없다.

최근에는 어머니에게 B형 간염이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24시간 내에 예방접종을 하도록 의무화됐기때문에 설사 어머니가 감염됐더라도 10명 중 9명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B형 간염은 한번의 예방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되기 때문에 일단 항체가 생기면 추가로 예방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

조상규: 병원에는 6개월마다 꼭 다녔다. 매번 간 수치도 정상이고, 간 초음파 검사 결과도 좋았다. 그러다가 외국에 나갈 일이 있어 검진을 딱 한번 빼먹었는데 그 다음에 가보니까 간암이라더라. 얼마 만에 한번씩 건강 검진을 받아야 안전한가?

한광협: 정기검진을 잘 받던 사람에게 순식간에 간암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도 조상규 씨 같은 경우에는 다음 검진 때 발견돼서 수술 결과가 좋았다. 간경화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은 간 상태가 좋지 않아 암이 더 빨리 자랄 수 있으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6개월에 한번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만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술을 많이 마셨다면 중간에라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서지호: 약값 때문에 걱정이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큰 부담은 아니지만, 곧 보험이 끝나면 약값이 3개월에 70만 원이나 된다. 같은 전염성 질환인 결핵이나 에이즈는 약값이 모두 무료라는데, 왜 간염은 차별하나?

한광협: 약값 부담 때문에 중간에 치료를 그만두는 환자들도 있다. 대부분 간염 치료제는 3년 정도로 보험급여가 제한돼 있어 이 기간이 지나면 약값이 이전의 2배 이상이 된다. 간암 환자들은 '암 환자 지원제도'가 있어 치료비의 90% 정도를 보험지원을 받지만, 만성 간염과 간경화 환자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지호: B형 간염 환자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이 치료의 최종 목표다. 정말 약을 열심히 먹으면 항체가 만들어지나?

한광협: 약을 잘 먹으면 항체가 만들어질 수 있긴 하다. 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없어지면서 간 수치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고, 최종적으로 항체가 생긴다. 1년에 1000명 중 3명에서 항체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항체가 생기면 완치된 것으로 판단하므로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조상규: 간암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도 항체가 생기나?

한광협: 물론 간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항체가 생길 수는 있지만, 암 환자들은 이미 간 조직이 많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항체가 생길 가능성이 더 낮다고 봐야 한다.

이계동: 조카가 내게 간을 떼어 줬는데, 이 때문에 보험 가입을 두 번이나 거절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간을 기증할 것인가?

한광협: 간은 일부를 떼도 남은 부분으로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보험 가입을 거절한 보험 회사에 문제가 있다.

이태규: 간염 치료제에 내성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한광협: 내성이 생기면 약을 바꾸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선택할 수 있는 약의 폭도 좁아지기 때문에 B형 간염 환자들은 복용 중인 약에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바이러스의 숫자가 많은 경우, 간경화를 동반하면 약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