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함, 의지 문제 아냐… 성인 ADHD 치료로 집중력 높인다"

입력 2022.04.12 10:30

헬스조선 건강똑똑 <성인 ADHD 편>

유독 집중해야 할 때 의지도 집중력도 떨어져 스스로를 책망한 적이 있는가? 우울에 빠지기 전에 혹시 '성인 ADHD'는 아니었는지 살펴보자. 소아, 청소년에게 흔하다고 알려진 이 질환은 사실 성인도 많이 겪고 있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아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실제로 국내 성인 ADHD 환자는 약 77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2020년 기준 2만4575명 뿐이다. 성인 ADHD를 방치하면 우울증, 불안증 등 또 다른 정신건강질환 발병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집중하지 못해 보는 피해도 커진다. 따라서 반드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난 7일 오후 3시 헬스조선 공식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서 '성인 ADHD'를 주제로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가 진행됐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이 성인 ADHD의 구체적인 증상부터 치료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건강똑똑 라이브에서는 시청자들이 성인 ADHD에 대해 궁금한 여러 질문을 했고, 정동청 원장이 실시간으로 답변했다. 영상은 헬스조선 공식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헬스조선 건강똑똑 '성인 ADHD 편'
지난 7일 오후 3시 헬스조선 공식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에서 '성인 ADHD'를 주제로 헬스조선 건강똑똑 라이브가 진행됐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오른쪽)이 성인 ADHD의 구체적인 증상부터 치료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했다./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성인 ADHD, 집중 효율 떨어져
흔히 ADHD하면 집중 자체를 못하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집중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오히려 지나치게 집중하고, 좋아하지 않는 일이나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질환 자체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진화 과정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정동청 원장은 "오히려 사냥을 하던 과거에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활동성이 높은게 생존에 더 도움됐다"며 "ADHD가 장시간 집중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특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샤낭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아프리카 부족에서는 ADHD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사냥도 더 잘하고 경제적인 수준도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인 ADHD 증상
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소아기에서 성인까지 이어져
특성이다 보니 소아에서 성인까지 쭉 나타난다. 다만 소아기에는 행동이나 충동성 문제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되면서 행동 문제는 호전되지만 일반적으로 집중력 문제는 지속된다. 정동청 원장은 "소아기에 두드러지는 증상이 나타나다보니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차츰 좋아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성인기에도 집중력 부족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ADHD는 갑자기 나타나진 않는다. 갑자기 나타났다면 어릴 때부터 있었으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도 행동, 충동성 증상보다 집중력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동청 원장은 "어릴 때는 공부의 양이 많지 않으니까 벼락치기로 공부해도 성적이 나와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다"며 "성인이 돼서야 공부나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집중력 문제가 대두돼 성인ADHD를 의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력 문제가 느껴져도 의지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면 오히려 치료가 늦어지고 학업이나 사회 생활에서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성인 ADHD 환자 70% 이상은 공존 질환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SRS
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자가 진단 도구 'ASRS'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성인 ADHD로 진단받게 될까?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길고 지루한 일에 쉽게 산만해지거나 ▲약속에 늦고, 잘 잊어버리며 시간 관리가 어렵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일하는 것을 힘들어 하거나 ▲계획 세우는 일을 힘들어 하고 마무리를 잘 못하거나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부주의한 실수가 잦거나 ▲일 처리가 미숙하고 꾸물거리거나 ▲산만해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잘 잊어버리거나 ▲업무나 회의에 집중을 못하거나 ▲불필요한 실수가 반복되거나 ▲직업을 자주 바꾸거나 ▲강박증이 심한 것 등이 있다.

비슷한 증상이 있는 것 같지만, 병원에 가기 두렵다면 스스로 먼저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ASRS를 이용하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축이 돼 개발한 성인 ADHD 진단도구(그림)로, 6개 질문 중 4개가 음영으로 칠한 부분에 체크가 된다면 성인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짧은 버전으로 추가 질문이 포함된 다른 테스트도 있다.

치료 방법
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치료 만족도 높아
본인에게 증상이 해당하는 것 같다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인 ADHD 치료는 약물치료를 주로 해, 인지행동치료 등 보조적인 치료가 동반된다.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아토목세틴(atomoxetine)이라는 두 가지 성분의 약물이 국내에서 ADHD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면서 약물을 증량하게 된다. 정동청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 중 ADHD 환자의 만족도가 가장 큰 것 같다"며 "치료를 받고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 말하기도 하고, 치료 이후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HD 치료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성인 ADHD가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내가 가진 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공부나 업무에서 성과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본인 삶에 대해서도 더 만족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