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진료 '한 우물'… 저출산 시대, 의료로 사회 기여할 것"

입력 2020.02.12 05:30

헬스 톡톡_ 차동현 강남차병원 신임 병원장

60년간 여성 전문 병원 운영
난임 환자에겐 임신의 기쁨을
고위험 임신부엔 안전 출산 도와

여성의학연구소·난자 소셜 뱅킹 등
숙련된 연구진과 앞선 의술 자랑
결과와 경험, 모두 만족시킬 것

"난임 환자에게 임신의 기쁨을 주고, 고위험 임신부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게 도우면서, 질환을 가진 여성은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강남차병원 차동현 신임 병원장(산부인과 교수)의 말이다. 차병원은 60년간 여성에 특화된 치료를 담당해왔다. 차동현 병원장은 "'한 우물'만 파다보니 좀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은 난임, 출산 전 유전 상담, 초미숙아 치료 같은 전문적 진료를 하고 있다. 분만은 다른 어느 대학병원보다 많다. 병원 안에 산후조리원도 운영하고 있다. 차동현 병원장은 "대학병원 중에 이렇게 여성을 집중해서 케어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차동현 신임 병원장은
강남차병원 차동현 신임 병원장은 "난임·여성질환 등 전문적인 진료 뿐만 아니라, 난자 냉동 보관 등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의료서비스도 시행한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난임 치료의 경우 의료진의 전문성은 기본이고, 실험실 연구진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남차병원은 '여성의학연구소'를 갖추고 있고, 수십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이 상주하면서 난임 치료를 하고 있다. 차동현 병원장은 "숙련된 실험실 인력이 뒷받침돼야 시험관아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고, 수정된 배아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정교한 기술이 있어야 난임 시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시험관아기 성공률이 10~15% 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30% 이상으로 올라갔다. 의료진의 난자 채취 기술과 실험실 연구 인력의 수정란 배양 기술의 공조다.

난임 치료에 성공하면 고위험임신클리닉에서 출산 전 유전자 검사와 같이 산전 관리를 돕는 진료를 한다. 올 하반기에는 태교 학교를 열어 태교 교육도 시작한다. 주먹구구식 태교에서 벗어나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전문적 태교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오랜 기간 여성 특화 진료를 해오면서 치료 영역을 보다 세밀화했다. 3년 전에는 수술용 로봇을 도입했다.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자나 초기 부인암 환자에게 로봇 수술은 여러 장점을 갖는다. 로봇을 통한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자궁 보존이 가능하며,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차동현 병원장은 "수술용 로봇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병원 경영진이 환자를 생각해서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술용 로봇 도입 후 지금까지 1500례 수술을 달성했다. 산부인과 단일 과목으로 최단 기간 기록이다.

차동현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자궁근종을 수 십개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온다"며 "이런 환자들은 수술 시간이 5시간까지 걸리는데, 병원 경영을 생각하면 반갑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노력과 시간 대비 얻는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로봇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산모를 배려해 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산과(産科) 교수가 24시간 상주해 새벽 분만을 돕는다. 지금까지는 산과 교수, 부인과 교수가 번갈아가면서 새벽 당직을 섰다. 이런 노력으로 강남차병원에서는 주치의를 통한 분만율이 90%나 된다.

임신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소셜 뱅킹'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25세 이후부터 떨어진다. 소셜 뱅킹은 건강한 여성이 추후에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난자 냉동 보관은 항암치료 등을 앞두고 건강한 난자를 살리기 위해 시도했다.

차동현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1998년 세계 최초로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개발해 난자 냉동 보관 시대를 열었다"며 "액체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급속 냉동함으로써 난자 손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차병원서 이뤄진 소셜 뱅킹은 2014년 42명에서 2018년 6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차동현 병원장은 "저출산 시대에 '의료'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보람을 갖고 있다"며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병원 경영진과 일선 의료진과의 소통을 상시화 했다"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 본다면 병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접수, 진료, 검사, 입원과 퇴원, 병원 밖을 나가기까지 모든 일이 '환자 경험'이 된다. '치료 결과'를 가장 우선시해야 하지만 환자 경험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임산부 전용 1인 병실료를 낮춰 산모들의 부담을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