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떨어져 노부모 둘만 사는 가정이 많다. 적지 않은 노년층이 자녀와 따로 살고 싶어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국토연구원이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부부끼리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자식 입장은 다르다. 떨어져 사는 노부모의 건강을 어떻게 챙길지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노부모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우울증·골절·폐렴 예방할 환경 마련해야
노년층은 우울증, 골절, 폐렴 등을 흔히 겪는다. 떨어져 있는 노부모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노인성 우울증은 '더 이상 할 일 없는 존재'라는 좌절감과 함께 온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년층의 30%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2007년 조사 결과가 있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일상 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작은 일거리를 갖는 것이 좋다.
조아랑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텃밭을 만들어서 채소를 심어 이웃과 나눠 먹도록 하는 등 꾸준히 몸을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거리를 마련해 드리라"고 말했다. 김영주 중앙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거주지 구청이나 노인복지센터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 활동을 소개해 드리는 것도 노부모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내 공기 관리도 중요하다. 권영훈 삼성서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노인은 폐기능이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기가 잘 안되는 곳에서 생활을 하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노부모가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드리고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성 벽지를 발라 새집증후군을 방지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노인의 신체적 약점 보완하도록
노안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것도 노부모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밝은 조명을 달아드리고, 시계·달력·전화기 등은 숫자가 큰 것으로 마련해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노인은 근력이 약하고 어지럼증이 있기 때문에 높은 데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의자 위에 올라서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
김영주 교수는 "부모님이 남의 도움 없이 가사(家事)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납장은 손이 닿는 높이로 낮추고, 싱크대 높이도 배꼽 근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리를 굽혀 이불을 펴고 개는 일을 반복하면 노인의 척추에 무리가 되므로 침대를 사 드리는 게 좋다.
◆경로당·실버타운 통해 친구 사귀면 젊음 유지
비슷한 연배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동네 환경도 노부모가 건강하게 사는 데 중요한 요건이다. 조아랑 교수는 "노인은 남과 어울려 활동하거나 대화를 하는 등 사고(思考) 활동을 하지 않으면 대뇌 기능이 빠르게 위축돼 정신적인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다"고 말했다. 집 근처에 경로당이나 노인대학이 가까이 있는 동네를 골라 모시고, 이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년층의 공동체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실버타운 입주도 고려할 만하다. 실버타운은 관리업체에서 취미·여가 활동을 할 수있는 동호회를 개설해 지원하고, 건강·예술 강좌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김영주 교수는 "아파트·실버타운 등 노인 주거지역은 외출할 때 체력 부담이 덜하도록 도심과 가깝고, 주변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 근처에 병원이 있는 곳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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