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당뇨병 외에 암·고혈압·불임에도 악영향

입력 2009.06.30 23:57

인슐린 더 만드는 과정에서 'IGF-1' 이란 물질 분비
세포의 이상증식 자극하고 혈관 벽도 두꺼워지게 해

인슐린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인슐린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에 걸린다는 것쯤은 안다. 당뇨병이 있어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는 얘기도 흔히 듣는다.

이런 인슐린이 당뇨병은 물론이고, 암과 뇌졸중, 불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주목 받고 있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하며 이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몸의 기본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혈액 속에서 세포 안으로 옮기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만약 인슐린이 없거나,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하면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만 머물 뿐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옮겨지려면 인슐린이 작용해야 하는데, 세포 속에서 이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포도당이 혈액 속에 그냥 남는다. 따라서 인슐린이 정상이라도 세포 속 수용체 부분에서 고장이 나면 당뇨병(제2형 당뇨병)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수십 조(兆)개에 이르는 세포들이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에 이른다. 세포들이 '배고프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면 뇌는 음식을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을 많이 먹어도 몸에 들어온 당분이 세포 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빠져나가 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 같은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의 원인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결과들이 쌓이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병뿐 아니라 암, 동맥경화증, 심장병과 뇌졸중 등의 원인도 된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 교수는 "5~10년 전까지만 해도 인슐린은 당뇨병과의 연관성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인슐린 저항성이 내분비 대사 질환의 핵심이며, 수많은 질환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암도 관계 있다"

인슐린 저항성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암과의 연관성이다. 왜 그럴까?

인슐린 저항성으로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세포들이 뇌에 신호를 보내면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하는 한편, 인슐린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해 췌장은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한다.

허내과 허갑범 원장은 "평소보다 인슐린을 더 만드는 과정에서 성장인자 물질의 하나인 'IGF-1'이란 물질이 추가로 분비된다"며 "이것이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자극할 뿐 아니라 세포의 자연스러운 사멸도 막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자연스럽게 사멸하지 않는 것이 바로 암이다.

인슐린 저항성에 따라 특히 잘 생기는 암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 등으로 보고돼 있다.

고혈압과 심장병, 뇌졸중도 일으켜

IGF-1은 혈관에도 '골칫덩이'다. 이 물질은 첫째 혈관의 내피조직을 점점 두꺼워지게 하고, 둘째 혈관을 유연하게 넓혀주는 물질의 분비를 줄인다.

이렇게 되면 혈관이 단단하고 좁아지며(동맥경화증), 혈압이 상승한다(고혈압). 인슐린 분비량이 늘면 나트륨 흡수도 촉진돼 혈압이 올라간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지방 세포에서 지방산(유리지방산)도 잘 떨어져 나온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떨어져 나온 지방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 나타나기 쉽다"며 "이상지질혈증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성 불임도 초래한다

여성에게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면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몸 속 호르몬 균형이 깨진다. 그러면 호르몬이 정상 기능을 못해 월경 횟수가 대폭 줄어들고(1년에 8회 이하), 난자 생성도 잘 안 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관계가 밝혀졌는데, 이 질환을 가진 여성의 대부분이 불임으로 보고돼 있다.

인슐린 저항성 검사는 어떻게?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병원에서 '정맥-인슐린 내성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이는 공복 때에 다양한 농도의 인슐린을 정맥에 주사해 혈당이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혈당 수치를 50%까지 떨어뜨리는 인슐린 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상인은 0.1U/㎏의 인슐린만 투여하면 혈당 수치가 일정 시간 내에 50% 미만으로 감소된다. 하지만 가벼운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0.2U/㎏ 이상, 심한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0.3U/㎏ 이상의 인슐린을 투여해야 같은 시간에 혈당치를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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