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 언제 어떻게 할까
척추 수술, 年 30% 증가… 2006년 10만 넘어
시기·방법 등에 관해선 전문가들 의견 분분

척추 수술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건강의학 전문 무크(MOOK·부정기간행물) '헬스조선M 척추와 디스크' 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4만1573명이던 척추 수술 환자는 2003년 5만6484명, 2004년 6만6734명, 2005년 8만6863명을 거쳐 2006년에는 10만1184명으로 10만 명 대를 돌파했다. 증가율이 매년 30%를 웃돈다.
척추 수술이 이처럼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노인 인구의 증가 요인도 있지만 척추 전문병원들의 증가로 꼭 필요하지 않은, 정상적인 노화 현상까지 수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헬스조선M 척추와 디스크' 편을 공동 기획한 '척추포럼' 소속 각 대학병원 정형외과·신경외과 교수들은 특히 디스크는 약 90%가 자연 치유되므로 수술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받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수술 시기와 수술 방법 등에 관해선 교수들마다 의견이 달랐다. 디스크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세 가지 질문에 관한 국내 최고 척추 명의들의 논쟁을 소개한다.
<< 수술시기 >> "가급적 빨리"… "최대한 늦춰라"
- 수술 요건에 해당되는 디스크 환자라면 가급적 빨리 수술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최대한 참으며 수술을 늦추다 마지막 순간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을까?
●오성훈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디스크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라면 조기 수술이 최선이다. 디스크 수술 뒤 10년 이상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논문들을 보면 발병 후 첫 1년간은 수술한 환자의 결과가 월등하게 우수하지만 발병하고 4~10년쯤 지나면 양쪽 모두 비슷한 상태가 된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발병 뒤 첫 1년의 시점을 주목해 보면 수술하지 않은 환자들은 계속 치료비를 지출하는 데도 대부분 고통 속에 있으며, 수술한 환자들과 비슷하게 되려면 4~1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기간 중에 정통 의학이 아닌 사이비 치료법에 의존할 가능성도 높다.
●김기택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수술 하나 안 하나 장기 치료 효과는 비슷하다. 따라서 디스크로 인해 신경학적 마비가 진행되는 것이 확인될 때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보다 약물, 주사,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 환자들은 수술을 받으면 심한 통증이 말끔히 사라질 것으로만 기대하는데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또 심한 통증이 있더라도 급성기 통증만 해결하면 좋아진다. 디스크 통증이 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때만 잘 넘기면 된다.

<< 내시경 수술 >> "젊은 사람에 적합"… "재발 가능성 높아"
- 내시경을 이용한 째지 않는 디스크 수술은 과거 일부 개원 의사들이 시행했으나 요즘은 대학병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신병준 순천향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내시경 수술은 환자 나이가 젊고, 디스크가 인대를 뚫고 나와 있으나, '부골화(腐骨化)'돼 있지 않은 경우 좋은 치료법이다. 부골화란 디스크 수핵이 떨어져 나온 상태다. 내시경 수술은 디스크가 탈출된 부위의 측면이나 후면 피부를 조금 절개한 뒤 연필 굵기 정도의 가는 관을 삽입해 그 관을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어 탈출된 디스크를 보면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존 수술은 약 3㎝ 정도 째는데, 내시경 수술을 할 땐 1㎝ 이내만 째면 된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 밖에서 보이는 흉터뿐 아니라 근육이나 신경 주위에도 흉터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근육이나 신경 주위의 흉터는 주위 조직을 들러붙게 만들어 디스크 재발을 일으키며, 합병증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내시경 수술은 5~20%에 이르는 디스크 재수술을 위험성을 낮춘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디스크가 발병하면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행해야 하며, 이 방법으로 호전되지 않아 수술을 결정했다면 가장 보편적인 미세 현미경 제거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핵 제거술은 주로 척추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시술되고 있다. 내시경 수술은 좁은 내시경 시야에서 2차원 영상을 보면서 시술하기 때문에 숙달되지 않은 의사가 시행하면 신경 손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내시경 수술은 탈출된 수핵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재발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내시경 수술이 내세우는 장점은 미세 현미경 수술도 대부분 갖는다. 따라서 단지 피부 절개가 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수술적인 요법으로 착각해 환자들이 이를 선호하는 것은 잘못이다.
<< 인공 디스크 >> "효과 있다"… "곧 없어질 것"
- 가장 일반적인 디스크 수술은 문제가 생긴 디스크를 제거하고 그 곳에 다른 뼈를 넣은 뒤 서로 고정시켜 통뼈로 만드는 '척추 고정술(또는 척추유합술)'이다. 이렇게척추 뼈가 고정되면 이웃 마디(분절)의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디스크를 제거한 자리에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것으로, 무릎이나 고관절(엉덩이 관절)을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수술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종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통증을 없애고 척추에 안정성을 주면서도 척추 마디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존해준다는 점에서 인공 디스크 수술은 효과적이다. 척추를 고정하면 인접 관절의 퇴행성 변화와 그에 따른 요통, 불안정, 척추관 협착증 등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인공 디스크는 척추 마디를 굳히지 않으므로 이런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이는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 관찰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인공 디스크를 이용한 디스크 치환술(置換術)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앞으로 표준적인 수술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인공 디스크 수술은 재료와 디자인이 더 발달하고 '후관절 치환술' 등 수술기술까지 개발되면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것이다.
●어환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척추 인공 디스크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알려지고 있으며, 수술 결과에 실망해 당초 기대와는 달리 허리 인공 디스크 수술은 전세계적으로 격감하고 있다.
인공 디스크 수술을 하면 이웃 마디의 퇴행성 변화를 예방해준다는 연구결과가 없고, 수술도 까다롭다. 또 인공 디스크가 마모되면서 생기는 찌꺼기가 아무리 양이 적더라도 인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인공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 재수술이 어렵고, 유효성이나 안전성, 비용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못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인공 디스크도 가장 나쁜 상태의 자연 디스크보다 못하다. 인공 디스크는 잠시 유행하다 사라질 것이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