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27%가 20대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대해 '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이가 감염질환의 방패막이는 못 된다. 젊어도 감기 같은 호흡기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젊은 층도 위험 커, 코로나는 27%가 20대 환자
최근 유럽에서 젊은 층이 밀집해 해변 일광욕을 즐기거나, 국내 클럽에 20~30대가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모여 노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감염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일 젊은 층이 코로나19 대비에 상대적으로 안일한 점에 대해 '무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23일 브리핑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27%가 20대"라며 "신천지를 제외해도 20대 환자 수가 많은데, 사회활동이 활발하며 밀폐된 환경에서 긴밀하게 타인과 접촉하는 일이 많은 나이라 그렇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조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젊은 층도 많지만, '걸려도 젊고 건강하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문제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코로나 19를 포함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나이와 상관없이 위험하다"며 "젊으면 고령자에 비해 사망 확률이 적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이토카인 폭풍·패혈증이 사망 일으켜
그렇다면 젊은 층이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르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최근 주목받는 '사이토카인 폭풍'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건강한 20대는 호흡기 감염을 심하게 앓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사이토카인 폭풍이 논란되면서 이 인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면역 세포인 T림프구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데 이 T림프구가 바이러스 공격 무기로 분비하는 게 사이토카인"이라며 "그런데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반응해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 바이러스를 넘어 정상조직까지 공격하는 상태가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말했다. 정상조직이 공격받으면 전신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저혈압이나 각종 장기부전 상태가 되면서 사망할 수 있다.
패혈증도 문제가 된다.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거나, 감기와 폐렴이 함께 왔을 때 우리 몸이 병원균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면 패혈증·패혈증 쇼크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온 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장기부전이 오고,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패혈증이 심해지면 대부분 사이토카인 폭풍이 함께 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사이토카인 폭풍은 코로나19, 메르스 뿐 아니라 각종 중증질환이나 심한 외상에서도 동반될 수 있다.
젊어도 천식 있거나 흡연한다면 위험 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호흡기 감염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젊어도 위험이 있으며, 위험이 큰 사람이 따로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젊어도 천식,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오래 흡연해 폐 기능이 나쁘면 위험이 크다고 본다"며 "면역 체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안정하고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상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젊은 층이면 사이토카인 폭풍 위험이 생길 확률이 다른 나이대에 비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양혁준 교수는 "젊어도 패혈증 쇼크가 오면 며칠만에 사망할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가 말한 이상증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극심한 몸살 ▲오한 ▲고열이다. 이 중 하나의 증상만 있어도 주의하는 게 좋다. 단, 사이토카인 폭풍은 아직까지 알려진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스테로이드나 항염증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시도가 있는 정도다. 잘 생기는 특이체질이 있는것도 아니며, 노년층보다 젊은층에게 잘 나타난다고만 알려졌다. 패혈증의 경우, 초기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