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만 다리 저려 꾀병 오해… '파킨슨병'일 수도

입력 2019.06.11 09:09

젊은 파킨슨병

파킨슨병과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인데도 이유없이 손발이 떨리고 행동이 느려지는 경험을 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파킨슨병 환자(10만6499명) 중 50대 이하 환자가 약 9% (9434명)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우리 병원 통계에 따르면 50대 이하의 파킨슨병 환자가 20%나 된다"며 "파킨슨병은 노인에게만 생기는 줄 알고 있는데,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50대 이하에서 나타나면 '젊은 파킨슨병'이라 부른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 걸리는 노년기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50대 이하도 안심할 수 없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 걸리는 노년기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50대 이하도 안심할 수 없다. /클립아트코리아
◇젊은 나이 '파킨슨병'… 유전 때문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분비량이 줄면서 몸이 떨리고 행동이 굼떠지는 질병이다. 나이가 들면 도파민 분비가 점점 줄면서 발병 위험이 커진다. 50대 이하에 발병하는 파킨슨병은 대부분 유전적인 원인이 있다.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도파민 분비가 덜 되는 것이다.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심용수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약 15%가 가족력이 있는데,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빈도가 약 2배로 높다"며 "50대 이하에 발생한 파킨슨병 환자는 가족력이 대부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증상이 있어도 자신이 파킨슨병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정선주 교수는 "가족 중 파킨슨병이 있고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서동', 손이나 발이 떨리는 '진전',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지는 '경직' 등 증상이 있다면 젊은 나이라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드물지만 10대에서도 발생한다.

◇한쪽 다리부터 이상… 스텝 꼬여

파킨슨병 의심 증상 10가지
젊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은 노인과는 조금 다르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아침에는 멀쩡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한쪽 다리만 이상이 나타나 다리를 끌거나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정선주 교수는 "아침에 멀쩡하다가 오후에는 한쪽 다리가 마비돼 꾀병을 앓는다고 오해받거나 다른 질병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져 증상이 악화된 다음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밖에 젊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엄지와 검지 붙였다 뗐다를 10회 연속 못 하거나 ▲표정이 무뚝뚝하게 변했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이 불분명하며 ▲엉덩이가 무거워 일어나기 어렵고 ▲가만히 있는 데도 손발이 떨리는 것이다.

젊은 파킨슨병, 장기 치료 계획 세워야

파킨슨병은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치료법은 약물을 통한 도파민 보충 치료가 표준이며 이는 뇌신경세포 파괴를 막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병 약물은 치료 효과가 좋은 편으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평소처럼 일상을 보낼 수 있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고 증상이 심해지는데 이때는 뇌심부자극술 등 시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심부자극술이란 뇌 깊은 곳에 전기 자극을 줘 뇌의 활동을 자극하는 시술이다.

젊은 파킨슨병 환자는 장기간 병을 앓기 때문에 치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고성범 교수는 "오랜 기간 치료해야 하므로 신경 보호제를 사용하거나 도파민 용량을 조절하는 등 부작용을 막고 약의 효과를 길게 보는 방향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도파민 분비를 방해하는 메토클로프라미드, 레보설피리드, 클레보프리드 성분의 소화제와 플루나리진, 신나리진 성분의 두통·어지럼증약은 증상을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었을 때부터 도파민 약제를 복용하면 충동 억제가 어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성범 교수는 "홈쇼핑을 보면서 자꾸 뭘 산다거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등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 파킨슨병 환자가 도파민 약물을 복용하면 근육이 수축한 상태로 굳는 '이상근긴장증'과 의지와 상관없이 춤추듯 움직이는 '이상운동항진증'이 노년기 파킨슨병보다 심하게 발생한다.

무엇보다 파킨슨병 증상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않고 진료받아야 한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 따르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 이후 병원 방문까지 평균 9.4개월이 걸렸으며 환자 절반(52%) 이상이 증상이 있는 데도 파킨슨병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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