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HD를 진단받은 청소년은 자살 시행 의도 비율이 정상 청소년에 비해 6배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4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날(매년 4월 5일)을 맞아 서울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 질환’을 주제로 국내 ADHD 질환의 현 주소를 발표했다. 그 결과, ADHD를 진단받았거나 ADHD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는 정상인 대비 소아-청소년-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 자살, 중독장애 등의 공존 질환 동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는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팀이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 및 그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실태 확인을 위해 진행한 역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학회는 해당 조사 결과 가운데 ADHD와 공존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집중 분석했으며, 성인에서 ADHD가 중독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외 관련 연구를 함께 분석했다.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 유병률 높아…적대적 반항장애 10명 중 4명은 ADHD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을 조사한 결과, 정신 질환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이었다. 소아의 약 20%가 앓고 있는 적대적 반항장애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소아 10명 중 4명가량이 ADHD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대외협력이사는 “ADHD 환자의 유아기 과잉행동이나 충동성과 같은 증상이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재 당하며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는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즉, ADHD는 소아기 적대적 반항장애의 기저 질환으로, 치료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붕년 이사는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서 방치된 ADHD의 공존 질환”이라며 “ADHD 선행 치료 없이는 증상 개선이 어려우며, 만약 소아기에서 방치한다면 성장과정에서 품행장애와 비행문제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DHD 청소년, 정상 청소년 대비 자살 시도 많아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을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로 진단된 청소년이 자살 시행 의도를 갖는 비율은 6.6%로 1.1%였던 정상 청소년과 비교해 무려 6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도 각각 약 2배, 3배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 ADHD(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진단받은 청소년일수록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 시행 의도를 갖거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자살 경험’이 모든 항목에서 평균 약 3배 더 높았다. 김붕년 이사는 “국내 ADHD 청소년의 자살 관련 경험 비율이 정상 청소년에 비해 높은 것은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성인 ADHD 환자, 게임·약물·알코올 중독 등 중독 장애로 이어져
방치된 ADHD 환자는 성인이 돼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적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게임·약물·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인터넷게임 중독 환자 225명을 3년간 관찰 및 추적 연구한 결과, ADHD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 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다. 재발 가능성은 정상인보다 1년 차에서 5배, 2년 차에서 6배 더 높았다. 약물 남용으로 치료를 받는 성인에서는 25%가 ADHD 환자였으며, 알코올 중독 장애에서도 ADHD 환자가 5~10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이사는 “방치된 ADHD는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해 다양한 형태의 중독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유아-소아-청소년기를 거치며 이미 적대적 반항장애나 우울증 등의 공존 질환을 경험했을 확률이 높다. ADHD 진단과 치료가 더 늦어진다면 사회생활 적응이 어렵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김봉석 이사장은 “ADHD는 전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돼 일상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본인 스스로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가족 등 주변에서도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도우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