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심한 날, 끈적한 화장품 바르지 마세요

[미세 먼지와 피부 건강]

피부 유분에 미세 먼지 잘 붙어
독성물질, 기름에 녹아 인체 침투… 세안할 때 물 많이 끼얹어 헹궈야

미세 먼지가 연일 '매우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이면 마스크를 쓰는 등 호흡기 건강을 지키느라 바쁘다. 정작 미세 먼지와 가장 먼저 닿는 피부를 지키는 데에는 소홀한 편이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피부는 미세 먼지와 가장 많은 면적을 직접 접촉하는 부위"라며 "피부를 통해 미세 먼지에 붙은 독성물질이 흡수되면 피부 트러블은 물론 각종 이상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 먼지 심한 날, 끈적한 화장품 바르지 마세요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미세 먼지, 피부로도 흡수

미세 먼지에는 공장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황산염·질산염, 단백질 식품이 탈 때 나오는 발암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중금속 등이 붙어있다. 이런 독성물질이 피부에 접촉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지용성이라 피부의 피지 성분이나 유분기가 있는 화장품에 잘 녹는다"며 "녹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모공 속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성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벽돌처럼 촘촘히 쌓인 피부 장벽을 깨뜨리고 인체로 침투한다. 미세 먼지가 피부의 표피층을 뚫고 진피층까지 들어가면 독성물질이 혈관이나 림프액을 타고 생식기·척수신경 등 인체 곳곳으로 퍼져 인지기능 저하, 생식기계 이상, 신경계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세포의 염증성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해 피부 염증을 일으키고, 여드름·아토피피부염 등을 악화시킨다. 미세 먼지가 피부의 신진대사를 약화시키고 피지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피부 트러블이나 건조증·가려움증도 생길 수 있다. 김혜원 교수팀이 지난 10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피부과 외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미세 먼지가 많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각종 피부염 환자의 내원률이 높았다.

◇끈적한 제형의 화장품 사용 말아야

미세 먼지가 많은 날에는 마스크를 쓰거나 긴팔·긴바지를 입는 등 가급적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곧바로 손·얼굴·귀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화장품 선택도 신경써야 한다. 미세 먼지가 잘 안 달라붙는 제형을 써야 한다. 오일이나 유분기 많은 크림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색조 화장을 할 때에도 끈적한 제형의 제품은 안 쓰는 게 좋다.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신규옥 교수는 "쿠션 파운데이션 등 보다는 파우더 팩트를 이용해 피부 화장을 하라"고 말했다. 파우더 팩트도 미세 먼지처럼 가루이지만, 클렌저로 잘 지워진다는 게 미세 먼지와는 다르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 외출하고 돌아온 후에는 클렌징 오일, 폼클렌저 등을 이용해 턱, 목, 귀 뒤까지 꼼꼼히 세안하는 게 좋다. 세안할 때에는 모공 속에 있는 미세 먼지까지 빼낸다는 느낌으로 물을 많이 끼얹어서 헹궈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