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모(22·경기수원시 장안구)씨는 오른쪽 가슴에 발진이 돋고 심하게 따가워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박씨는 의사에게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데 대상포진이 어떻게 생기냐"고 물었다. 대상포진은 수두에 걸렸던 사람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수두 경험이 없어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에 대해 잘못된 속설이 퍼져 있다. 대표적 오해가 '어려서 수두에 걸렸던 사람만 발병한다' '한번 걸렸다 나아도 흔히 재발한다'는 것이다.
◆수두 백신 맞아도 바이러스 감염돼
수두를 앓은 적이 없어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같은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수두는 한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력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지만, 바이러스는 신경이 뻗어나가는 초입(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수두 백신은 2005년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김도완 교수는 "백신을 맞은 뒤에도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서 잠복해 있다가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바이러스 보균자가 과로나 과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발병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발병 부위는 바이러스가 어떤 신경절에 분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흉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상포진은 몸의 한쪽에만 나타나며, 한번 걸리면 재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대상포진 같은 발진이 몸 이곳저곳에 재발하면 단순포진 가능성이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자주 재발하는 것은 단순포진
대상포진에 한번 걸리면 수두처럼 평생 면역력이 생기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상포진이 재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대상포진에 자꾸 걸린다"는 사람이 꽤 있다.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황규왕 교수는 "이런 경우는 대부분 단순포진을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곤하면 입술 주위가 헐고 물집이 잡히는 것이 대표적인 단순포진이다. 단순포진은 피부발진 지름이 1㎝ 이내로 작고, 신체 어디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 발병 1주일을 전후해 저절로 낫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수시로 재발한다.
반면, 대상포진은 지름이 1㎝ 이상이며, 발진이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생긴다. 몸을 좌우로 나눴을 때 한쪽에만 나타나며 신경에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길게는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김도완 교수는 "대상포진은 대개 항바이러스제와 먹는 신경약물로 치료하며, 증상이 심하면 주사로 신경절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