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물 스핑크스는 어떤 목소리를 가졌을까?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스핑크스는 인간(여성)의 머리와 가슴을 지녔고 몸은 사자이며 등에 날개를 달고 있다. 이 환상의 동물은 벼랑 위에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풀지 못한 자들을 먹어 치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의 목소리는 어땠을까?

우선 스핑크스가 인간에게 수수께끼를 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음을 알 수가 있다. 얼굴이 여성이고 몸이 사자이므로 후두와 폐는 사자의 기관을 갖고 인두, 구강, 혀와 입술은 인간의 것이다. 즉 발성기관 중 진동기인 성대가 사자의 것이면서 공명기와 발음기가 인간의 것이므로 매우 독특한 소리를 냈을 것이다.

동물은 인간의 가청(可聽) 영역을 벗어나는 초저주파의 소리를 이용하는데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등은 대략 5~50Hz 사이의 소리를 낸다. 초저주파는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여성의 얼굴에서 이런 초저주파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야누스(Janus)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에서 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한층 배가 된 공포를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동물과 인간의 발성 기관은 큰 차이가 있다. 영장류와 비슷한 침팬지의 성대 구조는 인간과 달리 매우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다. 인간의 성대는 포유류와 비슷했지만 진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갖게 된다. 후두는 호흡기관에서 말을 하는 기관 쪽으로 발달하고 위치도 목의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형태도 둥글게 바뀌면서 정교하게 진동할 수 있는 성대의 접촉면을 형성하게 된다.

인간이 목소리로 언어를 표현하게 된 원인은 성대 구조 변화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특히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은 발성 패턴이 발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동물은 발성기관인 폐와 후두 그리고 인두, 구강까지의 연결선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구조로, 척추와 머리뼈를 한 개의 선으로 연결하면 일직선이 된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나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변하게 된다. 척추와 머리뼈의 구조가 90도로 꺾이고 폐에서 입까지의 연결 통로가 90도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성대가 들어 있는 후두가 밑으로 내려 오게 된다. 기어 다닐 때는 구강 안쪽, 코 뒤쪽 위에 붙어 있던 것이 점점 목 아래로 이동해 발음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로 옮겨지고, 치아부터 후두까지의 길이가 충분히 길어져 공명강이 형성됨으로써 목소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직립보행과 언어중추의 생성, 성대 자체의 진화로 인간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목소리를 갖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직립보행이라는 변혁과 함께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목소리’다. 목소리는 인간만이 가진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수백만 년 후 인간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진화는 계속될 것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기능들, 예컨대 동물들만이 사용하는 초저주파나 초음파의 음향적 기능이 첨가된 완벽한 목소리로 진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고자 :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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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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