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샀는데”… 캣휠,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유 [멍멍냥냥]

입력 2025.03.29 10:04

[헬스조선·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기획_멍냥주치의]

누운 고양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1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시시콜콜한 의문이 많이 생기지만, 조언을 구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반려동물 질환에서 반려생활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것들. 헬스조선이 1200만 반려인을 대신해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멍냥주치의’ 코너를 매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비싼 돈을 들여 캣휠·방석·장난감을 샀는데, 정작 반려동물은 장난감 대신 집에 굴러다니는 비닐봉지를 갖고 논다. 방석 대신 허름한 종이 상자에 들어가 있다. 고가의 캣휠을 고양이가 거들떠 보지도 않아 애물단지가 된 집도 있다. 이렇게까지 안 쓰는 이유가 뭘까, 쓰게 할 방법은 없을까?

◇사용법 교육, 칭찬, 캣닢으로 이용 유도
보호자가 산 장난감을 반려동물이 쓰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취향에 안 맞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낯선 제품이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몰라서다. 보호자가 가져다 둔 물건이 장난감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게 한 예다.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인천점 문종선 원장은 “새로 사온 장난감을 반려동물에게 주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보호자가 알려준 대로 사용했을 때 칭찬과 보상을 해 주면, 안 쓰다가도 잘 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장난감뿐 아니라 캣휠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달렸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감각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 안 쓰는 방석이나 캣휠·장난감에 캣닢을 뿌려놓으면 향이 날아갈 때까지는 잘 쓰기도 한다. 캣닢엔 고양이의 뇌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해 행복을 느끼게 하는 네페탈락톤이란 물질이 들었다. 문종선 원장은 “캣닢 냄새가 날아갈 때마다 주기적으로 뿌려주면 물건을 계속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 낭비 않으려면 애초에 쓸 만한 것 사야
보호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반려동물 취향에 맞지 않으면 결국 사용하지 않는다. 괜히 돈만 낭비하지 않으려면 내 반려동물이 애초에 쓸 만한 것을 사야 한다.

우선, 반려동물이 즐겨 하는 행동이나 특히 좋아하는 감각적 자극을 잘 알아둔다. 그 행동을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면 반려동물이 쓰지 않고 방치될 일은 없다. 문종선 원장은 “무언가 깨무는 것과 삑삑 소리를 좋아하는 강아지에게, 물었을 때 삑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사준다면 당연히 잘 쓸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살이 쪄서 몸이 무겁고, 움직이길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가 캣휠을 잘 사용할 리 없으니, 사주기 전에 다이어트를 시켜서 몸을 가볍게 만들고 자주 놀아줘서 활동량부터 늘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본능을 이길 수 없음도 기억해야 한다. 고양이가 폭신한 방석 대신 낡은 종이 상자를 선호하는 것은 본능 때문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무언가가 감싸서 외부 공격에 덜 취약한 상태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방석은 사방이 트여 있지만, 상자는 사방이 막혀 있으니 고양이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문종선 원장은 “사방이 막혀 있는 박스를 쓰는 고양이들이 스트레스 지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너무 쓰지 않아 중고로 판매하려 한다면, 빨거나 탈취제를 뿌려서 제품에 밴 내 반려동물의 체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동물들은 냄새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다. 내 반려동물의 냄새가 밴 중고 물품을 다른 반려동물이 접한다면, 누군가의 존재를 인지하고 불편해할 수 있다. 문종선 원장은 “보호자가 아무리 냄새를 제거해도 후각이 예민한 반려동물은 중고 물품에서 다른 동물의 냄새를 느낄 것”이라며 “무척 예민한 편이라 중고 물품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반려동물도 있고, 시간이 지나며 자기 냄새가 더 많이 배면 사용하는 반려동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