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세에 세상 떠나는 반려동물… 이별 ‘이렇게’ 준비하세요 [멍멍냥냥]

입력 2025.03.24 13:43
반려견과 반려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라면, ‘충분히, 잘 슬퍼할 방법’을 배워둬야 합니다”

지난 23일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열린 펫로스 교육 ‘끝까지 함께할개’에서,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이 가장 강조한 말이다.

2022년 통계청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15%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 펫로스 신드롬(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노화 속도가 빠르다. 반려동물이 8세면 사람 나이로 약 45세, 14세면 약 80세다. 대부분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임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15년 차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서 1만 6000여 마리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한 강성일 소장은 “그간 장례 현장에서 보아온바, 반려동물들은 대개 9~13살에 세상을 떠난다”며 “반려동물 사후의 상실감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당면할 과제”라고 말했다. 강성일 소장 본인도 지난해 이맘때쯤 반려견 싼쵸(포메라니안)를 떠나보냈다. 싼쵸의 털이 담긴 작은 유리병을 가는 곳마다 가지고 다니며 상실감을 버텨내는 중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보호자들은 다들 나이 지긋한 반려견을 양육하고 있었다. 최연소가 13세, 최고령은 16세였다. 이별을 미리 생각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13세 단모 치와와 두 마리를 양육하는 A씨는 “나도 반려동물처럼 나이가 있다 보니 항상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와 동행한 가족 B씨는 “소셜미디어에서 ‘펫로스’라는 말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반려견에 이입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강성일 소장은 “싼쵸가 5세에 췌장염 투병을 시작한 후로 가장 좋아하는 인형에도 관심이 없어질 정도로 무기력해졌다”며 “그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수년간 대비했음에도 싼쵸가 10세 생일 직전 사망했을 때 크나큰 슬픔에 빠졌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맞이한 이별은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강 소장은 반려동물 이별에 앞서 보호자가 꼭 ‘마음의 준비’를 하길 당부했다. 그가 꼽은 방법은 ▲사랑 표현 자주 하기 ▲사진과 영상 많이 남기기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기 ▲반려동물 털을 보관하기 ▲반려동물 장례식장 미리 알아보기 ▲임종 전에 반려동물이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를 만나게 돕기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 있다가 떠날 수 있도록 하기 등이다.

많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자주 하는 만큼 대부분은 상투적인 인사치레가 돼 있다. 때로는 반려동물이 특히 좋아하는 애정 표현 방식대로, 공들여 해줄 필요가 있다. 또 반려동물 사후엔 기억이 점차 희미해진다. 강 소장은 반려동물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아 큰일이라는 전화를 받은 적 있었다. 과거 강 소장의 손에 반려동물 장례를 치른 보호자의 전화였다. 강 소장은 “그 보호자는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고 ‘마음 정리’를 위해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버렸는데, 그때 반려동물 사진과 영상도 모조리 지웠다”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나중엔 반려동물을 생생히 떠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 사진과 영상을 최대한 많이 찍어두고 빗질할 때 빠지는 털도 유리병에 모아두면 좋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버킷리스트 만들고 실행하기’를 특히 강조했다. 함께하고 싶은 일을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실제로 해야 반려동물 사후에 아쉬움과 미안함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강 소장은 ‘싼쵸와 함께 눈밭에 뒹굴며 놀기’ ‘싼쵸와 함께 수영하기’ 등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했다. 교육에 참여한 보호자들 역시 저마다의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A씨는 “반려견과 함께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반려견과 같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고 싶다”며 “요즘은 반려견과 동승할 수 있는 여객기가 많아져서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성일 소장은 반려동물 사후의 상실감은 보호자가 피하지만 말고 오히려 직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려동물의 빈자리를 충분히 애도하는 것이 보호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떠난 반려동물에게 해야 할 마지막 도리”라며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각자의 방식대로 잘 겪어나가다 보면, 떠나보낸 반려견에 대한 사랑의 기억이 언젠가 새로운 반려동물과의 만남에 토대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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