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열풍에 ‘GLP-1 친화 식품’까지… 미국에선 라벨도 붙는다 [푸드 트렌드]

입력 2025.01.07 06:00
식품 출시 사진
사진=콘아그라 브랜즈(Conagra Brands)​
미국 3대 식품 기업 중 하나인 콘아그라 브랜즈에서 식품에 전 세계 최초로 'GLP-1 친화 식품' 라벨을 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젬픽, 위고비 등 GLP-1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을 위해서다. 미국 농무부(USDA)도 승인했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을 위해, 식품까지 따로 나오는 걸까?

◇대규모 식품 회사, GLP-1 비만 치료제 환자 겨냥 제품 출시 중
콘아그라 브랜즈는 26개의 '헬시 초이스(Healthy Choice)' 라인 제품에 'GLP-1 친화 식품'을 뜻하는 라벨 '온 트랙(On track)'을 부착한다고 밝혔다. 딱히 식품에 다른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고단백질·저열량·고식이섬유 제품에 이런 특징을 강조하는 라벨이 붙었다. 오롯이 GLP-1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을 위해서다. GLP-1은 혈당이 올라갈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고 위장관 운동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인다. 혈당 개선과 체중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다. GLP-1 비만 치료제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물로, 식욕을 떨어뜨리고 고지방 식품에 대한 욕구도 감소시킨다. 다만 근육량이 감소할 수 있고, 위장 운동성이 감소해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 근육 합성의 재료인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를 돕는 ▲식이섬유가 많고 ▲열량이 낮은 식품은 딱 GLP-1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이런 변화는 콘아그라 브랜즈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라벨만 붙이지 않았다 뿐이지, 다른 대규모 식품 업계들도 GLP-1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식품군을 넓히고 있다. 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도 명확히 'GLP-1 비만 치료제 복용자'를 위한 식품 브랜드인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지난해 9월 처음 출시했다. 미국 기업인 애벗 래버러토리도 'GLP-1 비만 치료제 복용자'를 겨냥한 고단백 셰이크를 출시했다.

◇고단백질·저열량·고식이섬유 제품 수요, 계속 늘어날 듯
왜 세계적으로 큰 식품 기업들은 'GLP-1 비만 치료제 환자'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걸까? 전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GLP-1 비만 치료제는 지난 202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 이용자가 폭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500만 명의 성인이 당뇨병을 관리하고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GLP-1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LP-1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소비자 상품 구매 패턴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고열량 식품 매출이 감소했다. 약국과 식품 매장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가 지난 2023년 10월 먼저 감지했다. 이후 설문조사가 뒤따랐다. 그중 대규모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시장 조사 기관 뉴머레이터가 소비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의 식료품 전체 구매율을 조사했더니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의 구매율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 이상 감소했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치료제 복용자는 구매율이 9% 하락했지만,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구매율이 3.9% 상승했다. 치료제 복용자는 햄버거 판매점 방문율이 45~5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반대로 홍보도 없었는데, 건강한 음식을 파는 회사의 매출은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비만 치료제 열풍이 가속화되는 기간 수요가 부진하던 식품업계 다논의 요거트 제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소비자가 고단백·저열량 요거트를 찾았기 때문으로 봤다.

◇우리나라는 아직
GLP-1 비만 치료제의 열풍은 지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에서는 2035년까지 GLP-1 비만 치료제 사용자가 24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유자투자증권에서 발간한 '2025년에 가장 많이 팔릴 의약품은?' 보고서에 따르면, GLP-1 제제가 상위 10개 중 네 개나 포함됐다. 2023년 1종, 2024년 2종, 2025년 4종이 포함하며, GLP-1 제제의 강세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GLP-1 비만 치료제 환자'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 수가 적은 데다가,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케어푸드 시장 규모 자체가 아직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약 32조로 추산되는데, 우리나라 시장은 2조 원대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