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폭음 vs 매일 반주… 암·심장질환에 더 나쁜 건?

입력 2024.05.21 08:00
소주와 모형 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코올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소량 음주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등 건강에 이롭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사실일까?

◇소화기암 위험… 알코올 섭취량보다 음주 빈도가 더 중요
알코올은 식도, 위, 대장, 간, 담도, 췌장 등 소화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이 소화기암의 주요 요인인 까닭이다. 알코올을 얼마나 섭취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자주 섭취하는지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정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알코올 섭취량과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한 적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수검자 약 1천100만명을 2017년까지 추적 관찰한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수검자들을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군, 경도 음주군(0~104g), 중등도 음주군(105~209g), 과음군(210g이상)으로 구분했다. 과음군은 일주일에 소주를 약 3병 이상 마시는 경우다. 알코올 섭취량과 소화기암 발생 위험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소화기암 발생 위험은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증가했다. 과음군의 소화기암 발생 위험은 비음주군의 1.28배였다. 비음주군의 소화기암 발생 위험도를 1로 삼았을 때의 수치다.

그런데 알코올 섭취량은 일정량을 넘어서면 더 이상 소화기암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다. 한 번에 5~7잔의 술을 마시는 그룹은 비음주군에 비해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15배였으나, 그보다 음주량이 더 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소화기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다.

알코올 섭취량보다 더 위험한 건 음주 빈도였다. 매일 음주할 경우 비음주군 대비 소화기암 발생 위험이 1.39배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연구팀은 1회 음주량보다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에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한 번의 폭음 역시 나쁘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식사에 술을 곁들이는 반주가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방세동도 마찬가지… 음주 횟수 줄여야
심방세동 역시 알코올 섭취량보다는 음주 빈도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의 일환으로 혈전을 만들어 뇌졸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항진시키고 심장 내 전기신호 전도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심방세동의 주요 요인이다.

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 가톨릭의대 한경도 교수 연구팀이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수검자 약 978만명 중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섭취량과 음주 빈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음주 빈도가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2회 술을 마시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일 마시는 사람에게서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가 1.4배 높았던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요소들 중 음주 빈도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음주량은 물론, 횟수를 줄이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