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식중독 위험 키운다… 그럼 해산물은? [건강해지구]

입력 2023.07.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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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홍수가 잦아지면 식중독균의 증식과 전파가 활발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날이 더워지면 곳곳에서 식중독에 주의하란 말이 들린다. 안타깝게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며 여름 시작 시기는 매번 앞당겨지고 있다. 식중독 발생도 이 영향을 받는다. 보건산업진흥원이 기상 예측자료를 이용해 식중독 발생 건수를 예측한 바에 의하면, 2090년경 한국의 식중독 발생 건수는 연평균 337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2012년 평균치보다 42% 높은 수치다. 왜 그런지 알아야 대처도 가능하다. 기후변화가 식품 안전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고온다습한 기후 되며 식중독균·곰팡이 극성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기온이 높아지고 홍수가 잦아진다. 지난해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17개 광역시도는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들어 지금보다 따뜻하고 습해질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평균기온은 5.8~6.7℃ ▲일일 최대강수량은 146.2~253.98mm ▲호우일수는 1.9~5.4일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온다습환 환경이 조성되면 식중독 발생 위험이 커진다. 서울대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신은희 교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기생충, 세균, 곰팡이 등은 온도와 습도가 상승할 때 활발하게 증식한다"며 "장마로 하수가 범람하면 바이러스와 세균 오염이 잘 확산되고, 기생충 감염성 역시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해충의 개체 수 증가도 영향을 미친다. 모기, 절지동물, 진드기 등 해충은 여기저기 곰팡이와 세균을 옮긴다. 식품위생정책연구원 정명섭 원장은 "지구 온난화로 야간 온도가 상승하면 해충들의 활동시간이 길어져 번식활동도 활발해진다"며 "특히 기어 다니는 해충들이 범람한 물을 타고 이동하면, 곳곳의 농산물이 곰팡이와 해충에 오염되기 쉽다"고 말했다. 해충을 잡으려 농약을 쓰다가 잔류농약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해산물의 패류독소·비브리오균 경계 시기 앞당겨져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식중독 발생 양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우선 패류독소로 인한 식중독 발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 패류(조개류)가 독소를 생성하는 플랑크톤을 섭취하면 조개의 몸에 패류독소가 쌓인다. 패류독소 중에서 감염되면 감각·근육이 마비되는 독소를 일컬어 '마비성 패독'이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현재(2010년대) 마비성 패독은 1월 초에서 6월 초까지 약 6개월간 출현하고 있는데, 이는 3~6월에 출현하던 과거(1990년대)에 비해 약 3개월 길어진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높아지며 수온이 일찍부터 상승하는 탓이다. 정명섭 원장은 "해수 온도상승으로 인해 유해 해조류가 증가하면 패독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날 것으로 먹을 때 잘 감염되는 비브리오균도 더 일찍부터 걱정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18도 이상일 때 주로 발생하며, 종류와 감염 증상이 다양하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위장염을 유발하는 장염비브리오균이 대표적이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의 첫 검출시기는 2018년 6월, 2019년 5월이었으나,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며 2020~2023년 들어 4월로 앞당겨졌다.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과 김민정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장염비브리오균이 잘 증식한다"며 "많은 비가 와 물의 무기질 유기질 농도가 변하고, 바다로 오수가 유입되는 것도 병원체 증식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육류 기생충과 곡물 곰팡이 독소 위험도 증가
수산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기생충에 감염된 해산물이 많아질 수 있다. 따뜻한 물이 기생충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원충학을 전공한 열대의학교실 신은희 교수는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아니사키스속(고래회충)에 감염된 고래의 분변에 섞여 나온 알이 유충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이 유충에 감염된 어류와 두족류를 먹으면 인간도 아니사키스속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기후변화 탓에 인체 감염이 증가할 수 있는 기생충으로 ▲민물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간흡충 ▲참굴을 통해 감염되는 참굴큰입흡충 ▲광어에서 감염이 보고된 쿠도아충 등을 꼽았다.

수산물만 조심하면 되는 게 아니다. 기생충은 소·돼지 등 포유류에서도 발견된다. 곡물은 기생충에 감염되진 않으나, 곰팡이로 말미암은 독소가 생길 수 있다. 신 교수는 "홍수로 하천이 범람하면 소 분변이 물로 유입되기도 하는데, 이때 일부 소에 기생하던 작은와포자충이 다른 소들에게로 확산될 수 있다"며 "기온과 습도가 높아져 곡물에 곰팡이가 슬면 아플라톡신, 제랄레논, 오크라톡신A 등 인체에 독성을 띠는 대사산물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옥수수빵가루에서 아플라톡신이 초과 검출돼 식약처가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날 것 무조건 기피하기보다 '개인위생' 철저히 해야
식품 안전이 걱정이래서 아무것도 안 먹고 살 순 없다. 회도 마찬가지다. 익히지 않은 어패류로 인한 식중독 발생 위험이 커지는 건 맞으나, 이것이 회를 아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진 않는다. 신 교수는 "기후변화가 식중독균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건 맞으나, 식품 위생과 개인위생을 더 철저히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회를 먹기 전엔 식중독 유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식중독 예측 지도'를 이용하면 오늘~모레의 식중독 위험 지수를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관심' 단계일 땐 발생 위험이 낮으나, '주의' 단계일 땐 어패류를 85°C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 먹는 게 좋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경각심이다. 살모넬라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일부 식중독균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긴 하나, 백신 접종을 통한 식중독 예방은 효용이 크지 않다. 일일이 백신을 만들기엔 식중독균의 종류가 너무 많고, 감염원도 다양해서다. 철저한 손 씻기, 충분히 익혀 먹기 등 개인 위생 관리로 감염을 예방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다. 정명섭 원장은 "가정 내에서 식품을 보관할 땐 5°C 이하에 냉장 보관하고, 음식이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날것과 익힌 음식은 늘 떨어뜨려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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