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칼에 찔렸다… 칼 빼야 할까 그대로 둬야 할까

입력 2022.05.11 08:00

영화 ‘1917’의 한 장면. 등장 인물인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칼에 찔린 뒤 오한을 느끼다가 수분 내에 사망한다./사진=영화 ‘1917’ 캡처

삶은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가득하다. 개중에는 생명이 위협받는 응급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응급상황에선 초 단위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의 기로를 결정한다. 만약 잘못된 정보로 대처했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119에 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은 남아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칼 등에 찔려서 생긴 자상은 영화의 단골 소재다. 몇몇 인물들은 몸에 꽂힌 칼이 뭔 대수라는 양 칼에 찔리기 전과 같은 괴력을 발휘해 상대를 제압한다. 그러나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에서 칼에 찔린 인물은 금방 죽음을 맞이한다.

자상은 우리 생각만큼 간단한 상처가 아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상처보다도 내부의 손상이 심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자상은 겉으로는 경미해보여도 속은 심각한 상태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며 “근육 및 인대만 손상됐다면 치명적이지 않겠지만 심장 근처의 혈관 및 대동맥이 파열됐다면 즉사하거나 수분 내에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체중 1kg당 혈액량은 보통 80mL다. 60㎏ 사람의 몸에는 약 4800mL의 혈액이 순환하고 있다. 출혈로 인해 혈관 내부의 혈액량이 감소하면 전신의 조직이 저산소 상태가 돼 출혈성 쇼크에 빠질 수 있다. 사람은 혈액 중 3분의 2 이상이 손실되면 죽는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생존율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상 부위가 팔다리나 목이라면 압박이 중요하다. 손상된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을 서서히 응고시킬 수 있어서다. 칼에 찔린 사람은 통증이 심해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진다. 압박은 주위 사람이 실시해야 한다. 압박 지점은 상처 부위 인근의 압박점이다. 대개 상처 부위에서 심장을 향하는 곳으로 5~10cm 떨어진 곳이다. 팔·목의 자상은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다리는 양 주먹으로 압박한다. 만약 압박이 여의치 않다면 헝겊, 손수건 등을 활용해 압박점이나 상처 부위를 세게 감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흉부나 복부를 찔렸다면 압박은 피해야 한다. 압박이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내출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흉부에는 폐가 있는데 무턱대고 압박하다가 환자의 호흡을 방해하거나 갈비뼈 골절로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흉부 손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흡기능 저하로 인한 저산소증이다. 일반인이 응급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양혁준 교수는 “흉강 내압 변화에 의한 긴장성 기흉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를 거즈로 덮고, 거즈의 네 변 중 한 변만 반창고를 붙이지 않는 정도는 할 수 있다”며 “환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 거즈가 상처 부위를 밀폐하고 내뱉을 때 공기가 유출되는 원리”라고 말했다.

복부에 찔렸다면 경우에 따라 장기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때는 장기를 다시 집어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 양혁준 교수는 “의외로 복부는 장이 있어 과다출혈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응급처치로 장기가 더 빠져 나오지 않게 깨끗한 손수건 등으로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상처에 칼이 박혀있는 상태라면 그대로 둬야 한다. 칼이 혈관을 막고 있을 수도 있어서다. 만약 칼을 억지로 제거한다면 압력 변화와 2차 출혈로 순식간에 출혈량이 치솟을 수 있다. 칼의 일부분이 몸 안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세균 감염 및 패혈증을 막기 위해 가장 좋은 선택지는 식염수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식염수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쉽사리 식염수 대신 물을 뿌리면 된다고 여겨선 곤란하다. 물에 있는 세균 등이 상처 부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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