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인공방광수술 명의’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이동현 교수

-인공방광수술이란?
방광암 환자들 중 방광을 다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소변줄을 옆구리로 빼내 주머니 붙여야 했다. 20여 년 전부터 환자의 소장 일부를 잘라 동그랗게 방광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붙여주는 수술을 시행해왔다.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드는 것이다. 방광의 기능을 완벽히 해내는 건 아니지만 절반 이상 대체할 수 있는 수술이다.
-방광암 환자 중 어떤 사람이 인공방광수술이 필요한가?
뿌리가 깊은 방광암 환자는 인공방광수술을 받아야 한다. 뿌리가 얕더라도 세포 종류에 따라 방광을 적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도 인공방광수술을 시행한다.
방광암 초진 환자 중 30%가 뿌리가 깊은 암이다. 이 30% 중에서도 일부는 다른 데 암이 전이된 상황이다. 이런 환자는 인공방광수술이 큰 의미가 없다. 방광암 환자의 70%는 뿌리가 얕은 암이지만, 뿌리가 얕더라도 일부는 인공방광수술을 한다.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방광암 환자의 40% 정도가 인공방광수술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지나?
굉장히 어려운 수술이다. 교과서에는 방광을 적출하기 위해 복막을 통해 접근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나는 후복막을 통해, 방광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결찰한 후 방광을 적출하기 시작했다. 인공방광수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출혈이 적다. 그만큼 수술 시간도 짧아져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인공방광수술의 성패는 방광암 병기가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암이 너무 중한 상태면 인공방광 수술이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항암수술 등을 시행해서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한다. 환자의 체형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20여 년 전에는 비만 환자가 드물었다. 요즘은 복부비만 환자가 많다. 소장으로 인공방광을 만들어 요도까지 끌어내려야 하는데, 복부비만이 있으면 제 위치까지 잘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술이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
-수술 후 적응하기까지는?
수술 후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전에 있던 방광이 아닌 새로운 방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서 자신의 방광에 적응하는 데까지 1년 반 정도 걸린다. 인공방광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두세 달이다. 그 간에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그 후에라도 밤에 자는 동안 소변이 샐 수 있다. 이 기간에는 또 전해질 교정도 이뤄진다. 장은 원래 영양, 수분을 흡수하던 기관이라서, 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에 소변이 차면 이를 다시 흡수하기 때문에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또 방광은 원래 소변이 가득 차면 통증이 느껴지지만, 인공방광은 장이기 때문에 소변이 차도 통증이 느껴지진 않는다. 뻐근한 정도로만 느껴져서, 소변을 보지 않아 넘쳐흐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소변을 볼 때 허연 곱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백혈구 덩어리라서, 건강검진 때 의사로부터 “소변에 염증이 많아 큰일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는 병원에서 인공방광수술을 받았다는 걸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항생제 오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대비뇨기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인공방광센터를 운영했던 노하우가 고스란히 적용될 것 같은데?
인공방광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수술 합병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많이 고안해냈다. 한 예로, 장을 잘랐기 때문에 환자에게 장폐색이 올 수 있는데, 수술 과정에서 장폐색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없앴다. 수술 시 항생제도 안 쓴다. 인공방광수술을 받으면 요로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데, 수술 때 항생제를 안 썼던 환자들은 항생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내성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
방광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감염내과, 외과, 방사선과, 조직병리 등 여러 진료과 전문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를 시스템화해서 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 내에서 항생제 쓰지 않는 수술 등을 고안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비뇨기병원에 적용할 것이다.
비뇨기 질환이라고 하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비뇨의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과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고정관념을 깰 때가 됐다. 비뇨기는 전 연령대에 걸쳐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고령사회에는 특히 더 그렇다. 요실금 등 배뇨 문제를 겪는 노인이 굉장히 많다. 전립선비대증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자들이 정확한, 믿을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어떤 의료진이 영입되나?
우리나라는 방광암뿐 아니라 전립선암도 증가 추세다. 이대비뇨기병원을 찾으면 전립선암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국내 전립선암 대가로 꼽히는 김청수 교수가 우리 비뇨기병원과 함께 한다. 신정현, 조정민, 김완석, 김명수 교수 등 내로라하는 의료진이 포진할 예정이다. 10여 명의 교수가 비뇨기병원 스타트 멤버다.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을 갖췄으니 장비도 최첨단 최신식 장비를 도입한다. 병원은 의과대학에서 쓰던 9층짜리 건물 중 3개 층을 리모델링해서 공간을 마련했다.
-이대비뇨기병원의 비전은?
비뇨기질환에 대한 시스템을 개척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비뇨기 문제를 책임질 것이다. 치료를 넘어 진단, 관리 모두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것이다. 병을 고친다는 개념보다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곳 말이다.
최초의 비뇨기병원이다. 최초를 넘어 최고의 병원을 만들고 싶다. 최고의 인력이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
-끝으로, 수술을 앞둔 방광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방광암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두 번의 좌절을 겪는다. “암이다”라는 말에 한 번 좌절을 겪고,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말에 또 한 번 좌절한다. 최소한 두 번의 좌절 중 한 번의 좌절은 겪지 않도록 도와드리겠다. 극복하게 해드리겠다.

이동현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방광암/인공방광센터장이다. 이화의료원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비뇨기종양, 인공방광,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전립선질환, 요로결석, 혈뇨 등이 전문 분야다.
정위방광이라는 어려운 용어 대신 '인공방광'이라는 말을 사용해, 환자들이 인공방광수술에 대해 쉽게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인공방광 수술 시 수혈이 필요 없고, 수술 시간이 단축되도록 수술법을 개선했으며,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공방광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한 의사로도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