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비뇨기병원 개원… '인공방광수술' 앞장선다"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1.12.20 08: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인공방광수술 명의’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이동현 교수

소변을 저장했다가 배출하는 기관인 방광. 방광에 암이 생기면 적출하고, 옆구리를 통해 소변줄을 달아야 한다. 이를 대신하는 치료가 인공방광수술이다. 환자의 장(腸)을 이용해 새로운 방광을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이대목동병원 이동현 교수는 인공방광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2월 예정인 이대비뇨기병원 개원 준비에 한창인 이동현 교수를 만나, 인공방광수술을 비롯한 비뇨기질환 치료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이동현 교수 인터뷰 사진
이대목동병원 이동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인공방광수술이란?
방광암 환자들 중 방광을 다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소변줄을 옆구리로 빼내 주머니 붙여야 했다. 20여 년 전부터 환자의 소장 일부를 잘라 동그랗게 방광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붙여주는 수술을 시행해왔다.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드는 것이다. 방광의 기능을 완벽히 해내는 건 아니지만 절반 이상 대체할 수 있는 수술이다.

-방광암 환자 중 어떤 사람이 인공방광수술이 필요한가?
뿌리가 깊은 방광암 환자는 인공방광수술을 받아야 한다. 뿌리가 얕더라도 세포 종류에 따라 방광을 적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도 인공방광수술을 시행한다.

방광암 초진 환자 중 30%가 뿌리가 깊은 암이다. 이 30% 중에서도 일부는 다른 데 암이 전이된 상황이다. 이런 환자는 인공방광수술이 큰 의미가 없다. 방광암 환자의 70%는 뿌리가 얕은 암이지만, 뿌리가 얕더라도 일부는 인공방광수술을 한다.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방광암 환자의 40% 정도가 인공방광수술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동현 교수 인터뷰 사진
이대목동병원 이동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지나?
굉장히 어려운 수술이다. 교과서에는 방광을 적출하기 위해 복막을 통해 접근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나는 후복막을 통해, 방광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결찰한 후 방광을 적출하기 시작했다. 인공방광수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출혈이 적다. 그만큼 수술 시간도 짧아져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인공방광수술의 성패는 방광암 병기가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암이 너무 중한 상태면 인공방광 수술이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항암수술 등을 시행해서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한다. 환자의 체형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20여 년 전에는 비만 환자가 드물었다. 요즘은 복부비만 환자가 많다. 소장으로 인공방광을 만들어 요도까지 끌어내려야 하는데, 복부비만이 있으면 제 위치까지 잘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술이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

-수술 후 적응하기까지는?
수술 후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전에 있던 방광이 아닌 새로운 방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서 자신의 방광에 적응하는 데까지 1년 반 정도 걸린다. 인공방광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두세 달이다. 그 간에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그 후에라도 밤에 자는 동안 소변이 샐 수 있다. 이 기간에는 또 전해질 교정도 이뤄진다. 장은 원래 영양, 수분을 흡수하던 기관이라서, 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에 소변이 차면 이를 다시 흡수하기 때문에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또 방광은 원래 소변이 가득 차면 통증이 느껴지지만, 인공방광은 장이기 때문에 소변이 차도 통증이 느껴지진 않는다. 뻐근한 정도로만 느껴져서, 소변을 보지 않아 넘쳐흐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소변을 볼 때 허연 곱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백혈구 덩어리라서, 건강검진 때 의사로부터 “소변에 염증이 많아 큰일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는 병원에서 인공방광수술을 받았다는 걸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항생제 오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대비뇨기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인공방광센터를 운영했던 노하우가 고스란히 적용될 것 같은데?
인공방광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수술 합병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많이 고안해냈다. 한 예로, 장을 잘랐기 때문에 환자에게 장폐색이 올 수 있는데, 수술 과정에서 장폐색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없앴다. 수술 시 항생제도 안 쓴다. 인공방광수술을 받으면 요로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데, 수술 때 항생제를 안 썼던 환자들은 항생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내성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

방광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감염내과, 외과, 방사선과, 조직병리 등 여러 진료과 전문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를 시스템화해서 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 내에서 항생제 쓰지 않는 수술 등을 고안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비뇨기병원에 적용할 것이다.

비뇨기 질환이라고 하면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비뇨의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과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고정관념을 깰 때가 됐다. 비뇨기는 전 연령대에 걸쳐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고령사회에는 특히 더 그렇다. 요실금 등 배뇨 문제를 겪는 노인이 굉장히 많다. 전립선비대증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자들이 정확한, 믿을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어떤 의료진이 영입되나?
우리나라는 방광암뿐 아니라 전립선암도 증가 추세다. 이대비뇨기병원을 찾으면 전립선암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국내 전립선암 대가로 꼽히는 김청수 교수가 우리 비뇨기병원과 함께 한다. 신정현, 조정민, 김완석, 김명수 교수 등 내로라하는 의료진이 포진할 예정이다. 10여 명의 교수가 비뇨기병원 스타트 멤버다.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을 갖췄으니 장비도 최첨단 최신식 장비를 도입한다. 병원은 의과대학에서 쓰던 9층짜리 건물 중 3개 층을 리모델링해서 공간을 마련했다.

-이대비뇨기병원의 비전은?
비뇨기질환에 대한 시스템을 개척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비뇨기 문제를 책임질 것이다. 치료를 넘어 진단, 관리 모두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것이다. 병을 고친다는 개념보다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곳 말이다.

최초의 비뇨기병원이다. 최초를 넘어 최고의 병원을 만들고 싶다. 최고의 인력이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

-끝으로, 수술을 앞둔 방광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방광암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두 번의 좌절을 겪는다. “암이다”라는 말에 한 번 좌절을 겪고,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말에 또 한 번 좌절한다. 최소한 두 번의 좌절 중 한 번의 좌절은 겪지 않도록 도와드리겠다. 극복하게 해드리겠다.

이동현 교수 인터뷰 사진
이대목동병원 이동현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동현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방광암/인공방광센터장이다. 이화의료원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비뇨기종양, 인공방광,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전립선질환, 요로결석, 혈뇨 등이 전문 분야다.

정위방광이라는 어려운 용어 대신 '인공방광'이라는 말을 사용해, 환자들이 인공방광수술에 대해 쉽게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인공방광 수술 시 수혈이 필요 없고, 수술 시간이 단축되도록 수술법을 개선했으며,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공방광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한 의사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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