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뛰어든 아토피 치료제 4파전, 주도권은 누가?

입력 2021.12.07 09:59

시빈코, 당장 영향 없어… 듀피젠트 vs 올루미언트 주도권 싸움 전망

시빈코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아토피 치료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노피, 릴리, 애브비, 화이자 제공 ​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재발이 잦고, 환자 삶의 질을 저하해 적절한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 때문에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관심이 높은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이자의 경구용 아토피 신약 '시빈코' 허가를 승인했다. 시빈코의 등장으로 '듀피젠트', '올루미언트', '린버크' 3파전이었던 국내 아토피 시장에 변화 조짐이 생겼다. 시빈코의 등장은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가격 '듀피젠트', 복용 편의성 '올루미언트'·'린버크'
시빈코가 합세한 중증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만 약 100만명의 아토피 환자가 있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이상 환자가 30%, 이 중 3~4%는 중증 아토피 환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더는 사용하기 힘들 거나, 이 약들로 효과를 보지 못한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는 생물학적 제제 또는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정도다. 그나마도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는 3개 품목뿐이다.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 두필루맙)',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 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 유파다시티닙)'가 3파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주사제 형태인 듀피젠트는 3개 치료제 중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이다. 허가대상이 만 6세 이상 소아청소년과 성인으로 적응증 범위가 가장 넓고, 성인환자에 한정되긴 하나 3개 치료제 중 유일하게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이다. 산정 특례도 적용된다. 산정 특례를 적용하면 듀피젠트 1회 치료비용은 7만1000원으로, 2주 간격 치료가 필요한 듀피젠트 특성상 월 치료비용은 14만원 수준이다.

올루미언트는 먹는 약(경구용) 형태이다. JAK 억제제 중에서는 가장 먼저 국내 허가를 받았다.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도 함께 사용할 수 있고, 1일 1회만 복용하면 되나, 성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아 1정 비용이 2만2000원 수준이고, 제약사의 약제비 일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한 달 약값은 40만원(4mg 기준) 수준이다.

린버크는 애브비가 주도한 듀피젠트와의 직접 비교 임상시험(1대 1 비교시험)에서 듀피젠트보다 우월한 효과를 입증한 데이터를 발표, 이목을 끈 경구용 JAK 억제제이다. 성인과 만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사용할 수 있으며, 1일 1회만 복용하면 되는 약이다. 1정(15mg 기준) 가격은 2만1000원 수준으로 올루미언트와 비슷하다.

다만, 국내 중증 아토피 시장은 3파전이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듀피젠트가 대세다. 업계에 따르면, 듀피젠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보험급여와 산정 특례 적용 여부에 따라 치료제의 가격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현재 환자 선호도는 듀피젠트가 압도적으로 높고, 시장점유율도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아토피 환자들에게 약제가격은 중요한 사안이라 듀피젠트의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빈코 영향은 '글쎄'… 현장 관심사는 올루미언트 급여
3개뿐이던 중증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시빈코라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 했지만, 당분간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듀피젠트를 따라잡기 위해 올루미언트와 린버크가 지난해 각각 보험급여를 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시빈코는 지난달 23일 국내 허가만 받고 구체적인 보험급여 신청 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이다.

화이자 관계자는 "현재 시빈코정은 급여 신청을 준비 중이며, 급여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시빈코정의 빠른 환자 접근을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일정 안에 급여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토피 치료제 시장 자체는 조만간 대세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단체가 올루미언트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린버크의 급여필요성에 대한 의견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대한피부과학회 관계자는 "올루미언트는 2mg, 4mg 제품이 국내 허가를 받았고 각각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있지만, 린버크는 국내에서 15mg 제품만 허가를 받았는데 임상데이터는 30mg만 있는 상황이라 올루미언트의 급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만 심평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음주 심평원에서 올루미언트의 급여기준을 검토하는 회의가 진행될 예정으로, 논의 결과에 따라 성인 중증 아토피 환자 치료제 시장에서 듀피젠트와 올루미언트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심평원에 상정된 올루미언트의 급여 가격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산정 특례를 적용한 듀피젠트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박천욱 교수는 "듀피젠트를 사용하는 환자의 만족도는 높다"면서도 "듀피젠트는 증상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2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아야만 산정 특례를 받을 수 있는데 2주마다 주사를 맞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1일 1회만 복용해도 되는 올루미언트가 듀피젠트보다 낮은 가격으로 급여가 된다면, 시장이 완전히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증 아토피 환자 치료에서 비용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임을 고려할 때, 올루미언트의 급여가격이 저렴해지면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단, 장기사용 안전성 데이터 측면에서는 듀피젠트가 다른 JAK 억제제에 비해 낫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지금과 같은 치료제 경쟁구도가 유지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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