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에 채식 급식? “정부가 영양 불균형 조장”

입력 2021.04.13 08:10

서울시, 월 2회 채식 급식 운영… 식단 질 저하 우려

급식을 받는 모습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달부터 초·중·고 학교에서 월 2회 채식 급식을 진행한다./사진=연합뉴스DB

서울시교육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월 2회 채식급식에 나선 가운데, 정책 실효성과 영양 불균형 문제 등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성장기 육류 미섭취로 인한 영양소 부족,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후 위기 막자’ 서울시, 월 2회 ‘그린 급식의 날’ 운영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달부터 일선 학교에서 ‘2021 SOS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그린 급식 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린 급식 계획은 ‘먹거리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먹거리를 배우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채식 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모든 학교는 한 달에 두 차례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생태전환교육 중점·선도학교 23곳에서는 ‘그린바’를 설치해 채식 식단을 선택·배식할 수 있도록 한 ‘채식 선택제’를 시범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식 급식 도입 배경에 대해 “건강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해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 급식은 육식 위주”라며 “이는 불평등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외에도 여러 지자체가 학생들의 채식급식에 동참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에 월 2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며, 울산시교육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도입·시행 중이다. 전북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 또한 학교별로 채식의 날 또는 ‘저탄소 식단의 날’을 지정·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학생들 선택권은?… 축산업계 “육식 혐오 조장” 반발
건강한 채식은 탄소 저감뿐 아니라,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을 겪는 사람이 채식을 하면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아토피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채식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만큼 필요한 영양분도 다른데,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할 경우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채식을 하기 위해 열량이 높은 흰쌀, 밀가루, 고구마, 감자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당 조절이 안 돼 당뇨병, 비만 등의 위험이 있기도 하다.

채식급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할 성장기 학생들이 의무적인 채식 급식으로 인해 영양 불균형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두부, 콩고기 등 대체 식품을 사용한다고 했으나, 필수 영양성분 중 비타민 B12 등은 소, 돼지, 닭 등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며 칼슘·철분·아연 또한 채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 건강한 식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제한할 것이 아닌 과자나 탄산음료 등의 섭취량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축산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육류 섭취를 제한한다’는 취지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탄소배출량 중 축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임에도 단순히 해외 사례를 따라 무리하게 채식급식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업계 자체적으로, 또 정부와 함께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이 추진·시행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하태식 회장은 “육식 섭취량이 많은 유럽·미국과 달리 비교적 균형 있는 육류소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채식주의’ 도입은 적절치 않다”며 “축산업계도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일선 교육당국이 채식급식을 강요하고, 나아가 육식에 대한 잘못된 혐오를 조장한다면 피해는 청소년들과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 채식주의 확산정책이 청소년기 영양 불균형과 급식의 질 저하, 선택권 제한 등을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채식 필요성 받아들이는 게 먼저… 교육·조리법 연구 필요
전문가들은 채식 급식 정착을 위해서는 채식 필요성에 대한 교육과 조리에 대한 연구가 사전에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생들이 음식 맛이 없고 채식급식에 강제성이 있다고 느낀다면 채식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강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채식 급식을 반대하는 의견에는 학생들의 의지나 선택권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월 1~2회, 하루 한 끼 식사라고 해도, 육류 속 영양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우정 영양팀장은 “결국 조리법과 교육이 관건”이라며 “육류 섭취가 제한되면 대체 식품을 이용해 비슷한 영양, 질감으로 음식을 조리·제공하는 동시에, 조리 연구와 채식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역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대체 식품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학교 교육계획서에 먹거리 생태전환교육계획을 포함하는 등 교육과정과 연계·운영한 건강한 먹거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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