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소변 모여 배출되는 全 과정 진료
비뇨기 질환은 남녀 모두의 문제
여성도 비뇨의학과 진료 받아야
나이 들수록 발병률 높아… 조기치료 중요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은 이 같은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은 "비뇨의학과는 남녀 구분 없이 소변이 만들어지고, 모이고, 배출되는 전 과정을 진료한다"며 "생식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만큼, 비뇨기에 작은 불편이나 의심되는 질환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비뇨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뇨기라고 하면 성병·성기를 연상해 부끄러워하거나, 비뇨기과를 '남성만 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 많은 여성은 그동안 비뇨의학과를 남성만의 진료과로 생각해, 비뇨기 질환이 있어도 다른 진료과를 찾았다. 그러나 비뇨기는 방광, 요도부터 전립선, 콩팥까지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신체 부위를 망라하는 기관이며, 같은 맥락에서 비뇨의학과 역시 남녀 모두를 진료 대상으로 한다.
의료계는 대중의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2018년부터 비뇨기과를 '비뇨의학과(泌尿醫學科)'로 변경해 사용해오고 있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국민들의 비뇨기 질환 악화를 막기 위함이다. 이종진 회장은 "의사들은 질병 원인이나 증상, 치료법을 자신이 수련한 전문 범위를 중심으로 진단하게 된다"며 "비뇨기 관련 이상 증상은 이 분야 전문의를 통해 치료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뇨의학과 의료진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 역시 여성들이 비뇨의학과 진료에 거부감을 느끼도록 했다. 다만 최근에는 인식 전환과 함께 비뇨의학과 여성 전문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진도 여성 환자들에게 비뇨의학과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매체를 통해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삶의 질 낮추는 비뇨기 질환, 조기에 치료해야
비뇨기 질환은 남녀 모두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식습관과 생활패턴 변화로 인해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비뇨기 질환을 방치하면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병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뇨기 전문의들은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을, 여성은 과민성방광을 대표 질환으로 꼽는다.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두 질병은 증상 역시 비슷한데, 평소 ▲소변이 지나치게 자주 마려운 '빈뇨'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참기 어려운 '요절박'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잔뇨감' ▲밤에 자다가도 화장실에 가는 '야간빈뇨' 등을 겪고 있다면 비뇨의학과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 없이 약물이나 식품 등에 의존하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 회장은 "비뇨기 질환의 경우 민망하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고 직접 약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정확한 전문의 진료·처방 없이 각종 정보나 소문을 듣고 약을 구매한다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으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검사 과정에서 다른 원인이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녀 계획이 있는 남성이라면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라도 비뇨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 최근 환경호르몬과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해 남성 정자수가 감소하고 정자 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난임 진단을 받는 남성은 2014년 4만8992명에서 2018년 6만720명으로 5년 사이 37.3%(1만8278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난임의 원인 중 50%는 남성 쪽 문제로 발생하는 만큼, 부부가 함께 혼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대다수 남성이 난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남성들이 적극적인 혼전 검사를 꺼리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종진 회장은 "적극적인 검사로 부부 양쪽의 불임 여부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정액 검사, 전립선질환, 성병, 성기능장애 검사 등과 함께 1년 동안 적극적인 치료를 동반한다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노화? NO, 치료해야 하는 '질환'
고령사회가 되면서 비뇨기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중장년층은 비뇨기 질환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겨 불편함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뇨기 질환은 수면이나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등 삶의 질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불편하다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소변을 보고 '시원하다'고 느끼거나, 아침에 소변이 마려워서 잠을 깬다면 건강한 것으로 봐도 된다. 하지만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갈 만큼 자주 보거나(빈뇨), 밤에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경우(야간빈뇨),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잔뇨감) 소변 줄기가 약한 증상 등이 있다면 비뇨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특히 전문가들은 비뇨기 질환을 꾸준히 치료받는 환자 비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불편함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데다,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등을 질환이 아닌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물치료 중인 환자들은 증상이 나아지면 복용을 중단하기도 하는데, 약을 끊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며 병원 재방문율이 더 높아지게 된다.
이종진 회장은 "비뇨기 건강을 위해서는 비뇨기 질환을 고혈압,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 생각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증상이 있다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망설이지 말고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