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가 부르는 폭탄…배에 두근거리는 덩어리 만져지면 병원을”

입력 2019.12.02 07:38

‘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대동맥류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재항 교수

이재항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재항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대동맥류는 일명 ‘몸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대동맥은 심장 좌심실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큰 혈관이다. 여러 이유로 혈관이 약해지면 혈관벽이 점점 늘어난다. 정상 혈관 직경의 1.5배 이상 늘어나면 대동맥류로 진단한다. 심하게 늘어나면 파열되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증상이 거의 없어 파열 후 치료를 빨리 받지 못해 숨을 거두는 환자도 많다. 대동맥류는 왜 생기며,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동맥류 치료 명의로 알려진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재항 교수에게 답을 들었다.

Q. 대동맥류, 왜 생기나요? 어떤 사람이 위험한가요?

A. 동맥경화가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동맥경화는 대동맥벽을 약하게 만듭니다. 약해진 대동맥벽이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늘어나면 대동맥류입니다. 직경이 5~6cm 이상으로 늘어나면 대동맥벽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서 대동맥류파열이 됩니다. 그래서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 주로 생깁니다.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이 대표 위험인자입니다.

그 외에 과거 대동맥 박리가 생겼거나,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질환과 결체조직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도 흔하게 관찰됩니다.

Q. 터지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어렵다고 합니다. 스스로 확인해 볼 만한 증상이 없을까요?

A. 파열 직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건강검진이나 CT 혹은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 드물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동맥궁(활 모양으로 생겼으며,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는 부분)에 발생하는 대동맥류라면 성대 신경 압박으로 쉰 목소리, 사레들림 같은 증상이 생깁니다. 상행대동맥류는 혈관 압박으로 얼굴이나 상지에 부종이 관찰됩니다. 복부대동맥류는 배에서 박동성 종괴(누워서 배에 손을 댔을 때 두근거리는 덩어리가 만져짐)가 느껴질 때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관찰된다면 정밀 진단을 꼭 받아야 합니다.

Q. 터지기 전과 후의 치료는 다른가요?

A. 기본 치료는 늘어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 치료와, 압력이 대동맥벽에 전달되지 않도록 인조혈관을 혈관 내부에 덧대주는 중재 시술이 있습니다.

파열된 대동맥류는 사망률이 80~90% 정도라 매우 위험합니다. 파열되지 않은 대동맥류는 CT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지만, 파열된 대동맥류는 매우 응급한 상황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게 다릅니다. 그러다보니 파열되지 않은 대동맥류보다 치료 성적도 불량한 편입니다.

Q. 각 치료법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A. 수술 치료는 개흉이나 개복을 통해 늘어난 대동맥을 제거한 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방법입니다. 1~2주간 병원에 있어야 합니다. 수술이다 보니 일상 회복은 더디지만,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입니다.

중재 시술은 주로 대퇴동맥을 이용해 시술 기구를 진입시켜, 스텐트-그라프트라는 인조혈관을 혈관 내부에 덧대는 방법입니다. 압력이 혈관벽에 영향을 주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통증이 적어 환자가 선호하지만, 시술에 적합한 해부학적 구조여야 가능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수술 치료와 중재 시술의 장점만 접목한 하이브리드 수술도 있습니다. 시술에 적합한 해부학적 구조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침습 수술을 적용해 시술을 동시에 하는 방법입니다. 단, 중재 시술이나 하이브리드 수술은 평생 주기적인 방사선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Q. 특정 치료법을 환자에게 추천해주신다면?

A. 시술에 적합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는 환자라면 아무래도 중재 시술을 우선합니다. 또한, 젊은 환자라면 수술 치료를 먼저 고려합니다. 시술이나 하이브리드 수술을 통한 추척 관찰이 번거로울 수 있어서입니다. 반대로 고령 환자라면 전신 마취나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위험이 커 중재 시술이나 하이브리드 수술을 선호합니다.

Q. 대동맥류 치료와 관련한 최신 학계 의견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국내에서는 중재 시술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스텐트-그라프트) 사용이 제한돼 있습니다. 한국 시장 특징상 인조혈관 단가가 낮게 책정돼, 해외 기업이 국내에 굳이 진출하려 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 분야 의사들 사이에서 인조혈관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Q. 대동맥류 환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대동맥류 환자는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멀쩡한데 왜 수술해야 하냐’는 식이죠. 대동맥류는 파열되는 순간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암보다도 더 위험한 질환입니다. 파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조기 치료가 가능하니, 진단을 받았다면 빨리 치료받아야 합니다.

Q. 수술, 시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A.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금연이 우선이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당뇨병이 있다면 수치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저콜레스테롤, 저지방식단이면 좋겠죠. 운동은 유산소를 권유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벤치프레스같은 근력운동은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어 권유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대동맥을 치환하거나 덧대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대동맥류를 앓았다면 몸 전체 대동맥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정기검사가 필요합니다.

이재항 교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서울대학교병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등을 거쳐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회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교육위원 및 고시위원,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 학술이사, 대한정맥학회 학술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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